연예인 성상납 전문 브로커 여전히 활개

[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자본력 갖춘 대형 기획사의 경우 사업 확장을 위해 로비하고 자본력이 없는 군소 기획사는 여전히 정재계 또는 법조계나 의료계 또는 중소기업 오너들의 스폰을 받기 위해 일명 연예 전문 브로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매니지먼트 관계자)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요”라며 절규하던 신인 연기자 故 장자연의 비극은 그녀가 떠난 지난 2009년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놨던 이 참담한 사건인 만큼 근절됐어야 마땅한 이 추악함은 장자연 사후 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 도처에서 꿈틀대고 있으며 성상납 방식도 더욱 진화하고 있습니다.

양심은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는 몰염치적 연예기획사들은 전문 브로커를 통해 신인 연예인과 ‘조건만남’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자본력을 키우는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인기 걸그룹 타히티 멤버 지수 역시 브로커의 끈질긴 조건만남 의뢰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져 제2의 장자연 스캔들이 터질 전망입니다.

지난 11일 걸그룹 타히티의 멤버 지수는 자신의 SNS에 “이런 다이렉트 굉장히 불쾌하다”면서 “사진마다 댓글로 확인하라고 하고 여러 번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데 제발 하지 말아달라”는 글과 함께 문자 메시지 캡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 브로커는 지수에게 “멤버쉽으로 운영하는 모임의 손님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니 연락달라”면서 “비밀 절대 보장 되며 손님 한 분과만 만남 부탁한다”고 수 차례에 걸쳐 스폰 제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특히 고액 아르바이트임을 강조하며 “한 타임 당 200~3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설득하며 지수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브로커는 금액을 400만원까지 올리며 흥정하는 교활함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재력을 미끼로 인간의 성을 사는 스폰 만남은 분명 성매매입니다. 연예계 스폰 관계는 가부장제에 따른 성 상품화와 한국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맞물려 탄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세한 매니지먼트사가 자금 마련을 위해 전문 브로커와 짜고 소속 연예인에게 스폰 관계를 강요하거나 기획사와 관계없는 개인과 스폰서와의 관계도 존재한다. 장자연씨 같은 경우가 전자에 해당됩니다.

앞서 한 방송에서는 연예인 전문 스폰서 브로커가 출연해 “포털 사이트에 프로필이 나오면 300만 원부터 시작되고 최대 7억”이라면서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1년”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부적절한 스폰 제의는 유명 연예인보다 수입이 적은 신인 연예인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신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업계 흐름에 약하고 궁핍하다 보니 돈과 성공이라는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연예계 종사자 상당수가 성 상납과 스폰 제의를 하나의 ‘문화적 관행’을 여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욱이 이들은 사교모임에도 동원돼 자연스럽게 스폰서 만남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인권 침해는 성차별 문화와 구조, 불균형적인 한국의 연예산업 시스템, 과도한 경쟁 등 다차원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여성 연예인들은 엄연한 직업인인지만 일을 유지하기 위해 성적 침해를 용인하거나 성적 침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일을 포기하는 것 모두 노동권 침해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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