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1575년 선조 8년, 오랜 세월 권세를 잡았던 훈구파를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사림파의 실세 심의겸과 김효원은 ‘이조정랑(吏曹正郞)’이라는 관직을 놓고 날선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비록 품계는 정오품(正五品)의 낮은 관직이지만 인사권을 쥐고 있는 만큼 이 자리를 노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같은 사림파로 그간 훈구세력의 그늘에서 찬밥 신세였던 심의겸과 김효원의 관직 싸움은 결국 심의겸을 지지하는 서인과 김효원을 지지하는 동인으로 갈리며 조선왕조 내내 지루한 붕당정치의 단초가 됩니다.

심의겸과 김효원의 관직 사투로 비롯된 동인과 서인의 갈등 이야기는 이쯤에서 갈음하고 이 지긋지긋한 조선 조정 벼슬아치들의 붕당정치는 훈구파와 사림파에 이어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서론에 이어 시파와 벽파에 이르기까지 조선이 망하는 날까지 지속됐습니다.

조선왕조 500년간 피 비린내 나는 정적 죽이기를 일삼았던 ‘붕당정치(朋黨政治)’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친노(親盧)와 비노(比盧), 여기에 호남(湖南)과 비호남(比湖南)까지 들먹거리며 볼썽사나운 붕당정치를 펼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그 주인공입니다.

자신들이 합법적으로 투표하고 선출한 당대표가 자신들의 뜻과 다르다하여 그 당대표를 끌어내리려 애쓰는 이해집단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붕당을 뛰어넘어 이제 스스로 자멸의 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말 그대로 대패(大敗)했던 전 지도부는 재보궐 선거 패전과 붕당의 책임을 현 지도부에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친노와 비노, 호남과 비호남으로 나눠 지역갈등까지 조장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이 답답할 노릇입니다. 국민의 민생은 바람에 속절없이 흐트러지는 갈대와 같이 위험천만한데 민생의 아픔을 챙기기 보다 자신의 이권만 챙기기 위한 이 한심한 야당의 붕당놀음에 국민들은 그저 쓴웃음만 짓고 있습니다.

지역과 계파를 깨고 당을 혁신해 깨끗한 정당을 만들겠다던 새정연은 동상이몽 갈등과 반목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앉아있던 기성정치의 거두(巨頭)와 기성정치에 염증을 호소하며 희망론을강조하고 나선 백신 전문가 출신 정치인은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꼭두각시가 돼 혁신세력을 몰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게 정치인가 봅니다.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신념조차 과감히 버리면서까지 기득세력에 기생하며 혁신 정치를 타파하려는 것. 이게 바로 정치의 또 다른 모순임에 분명합니다.

오죽했으면 조국 교수가 욕을 먹을 각오로 힐책했을까요? 당무위가 만장일치로 중앙위에 부의한 혁신안이 싫으면 반대표를 던지면 되고 정당한 당적 절차를 존중하기 싫으면 당을 떠날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정치인의 언동 뒤에는 반드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 있다” 조 교수의 이 같은 지적은 구구절절 옳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충분히 공감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인의 언동 뒤에는 반드시 이익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 그 이익을 위해 당론은 물론 절차도 무시하는 집단의 이기(利己)뒤에 숨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기성정치의 사악함에 국민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조선 말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의 전집 ‘붕당론’에 보면 “붕당생어쟁투 쟁투생어이해 금유십인공기 일우이병비 부종기이투기 힐지즉유언흠손자 인개신투유언기(朋黨生於爭鬪 爭鬪生於利害 今有十人共飢 一盂而騈匕 不終器而鬪起 詰之則有言欠遜者 人皆信鬪由言起)”라고 정의했습니다.

풀이하면 “붕당은 싸움에서 생기고 싸움은 이해관계에서 생긴다. 힐책해 보면 말이 불순한 자가 있어 싸움이 생기고 붕당이 될 수밖에 없으니 세치의 혀로 말미암아 싸움이 시작됐다 믿게 될 것이다”는 뜻입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적이든 동지든 가리지 않고 물고 뜯는 이해집단의 이 해괴망측한 관행은 500년 전 심의겸과 김효원의 동서붕당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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