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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1940년대에 침몰한 나치 독일의 군함이 해양 오염의 원인이 되는 유독 화학물질을 방출하고 있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이 군함은 당초 독일 어선이었지만 나치 독일 해군이 접수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거점으로 한 초소함대에서 순찰정으로 사용된 '존만(V1302 John Mahn)'이다. 1942년 2월 12일 영국 공군의 폭격으로 침몰한 존만은 수십 년 동안 벨기에 북해 바닷속에서 크게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80년의 세월을 보냈다.

북해에는 존만 외에도 약 5만 척의 군함이 해저에 침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침몰선이 당시 싣고 있던 석탄과 탄약, 폭발물도 고스란히 바다에 가라앉아 생태학적 재앙이 되고 있다. 

벨기에 헨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침몰선에 실려 있는 석탄과 탄약, 각종 중금속에서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누출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독성 오염물질은 인접한 서식지로 스며들어 해저의 미생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연구는 북해에 존재하는 침몰선이 지역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는 프로젝트(Interreg VB North Sea Region Programme)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해양과학(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rontiers in Marine Science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조세핀 반 렌뒤트(Josefien Van Landuyt) 연구원은 "우리는 바다 일부에 가라앉아 있는 오래된 침몰선이 지역 미생물군을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주변 퇴적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북해에 가라앉은 침몰선은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수한 화학물질을 싣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체 자체도 그러한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다. 또 선체에는 어망·페인트·프로판가스·배터리·엔진오일·클리닝 제품·하수 등도 존재한다. 이 같은 나치 독일 침몰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연구팀은 침몰선의 선체 및 퇴적물에서 샘플을 채취했다.

샘플 분석 결과, 폭약 등에 포함된 화합물 중 독성화학물질인 다환식 방향족 탄화수소(PAH)를 비롯해 니켈·구리 등 중금속, 심지어 비소·석탄·휘발유 등이 발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중금속과 PAH는 침몰선 근처에서 더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침몰선의 존재는 인근 미생물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PAH를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생물('Rhodobacteraceae'/'Chromatiaceae')이 오염 수준이 높은 영역에서 많이 검출됐다. 또 선체 샘플로 채취된 강철에서는 이를 부식시키기 위해 작용하는 미생물이 대거 확인됐다. 

현재는 침몰선 부근에서 많이 검출되는 미생물이 주위 환경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고농도 구리는 해양 생물에게 유독한 물질로 생태계 훼손의 원인이며, 바닷속 중금속 역시 어류뿐만 아니라 해양 먹이사슬을 타고 식탁에 오를 수 있어 추가연구가 필요하다. 

렌뒤트 연구원은 "오래된 침몰선은 해저 어딘가에서 해양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오랜 시간 부식되어 밀폐된 공간에서 벗어나면 환경에 대한 위험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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