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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기후변화 악화로 감염병 375종 중 58%에 해당하는 218종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지구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인류의 건강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개구리 감소와 말라리아 유행 사이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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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의 생태학자들은 야생 개구리와 도롱뇽 등의 양서류 개체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는 양서류에게 치명적인 진균 감염증인 '항아리곰팡이병(Bactracochytrium dendrobatidis)'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항아리곰팡이병이 세계 양서류에 끼친 영향은 극히 심각하다. 1980년대부터 40년간 200종의 개구리가 항아리곰팡이병으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고, 아시아와 남미에서만 최소 501종이 개체수가 급감하고 90종이 멸종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항아리곰팡이병이 '질병으로 인한 생물 다양성 손실로는 최악의 경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특정 생물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멸종하면 생태계가 흐트러져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양서류의 급감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올챙이와 도롱뇽 유생은 먹이로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를 대량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개구리가 줄어들면 모기가 늘어나 말라리아 등 모기 매개 감염병이 만연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UC 데이비스) 환경학자인 마이클 스프링본(Michael R Springborn) 박사 연구팀은 남미에서 항아리곰팡이병이 유행했던 시기와 이 지역에서 말라리아 발생률이 급증한 시기가 겹친다는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아래는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에서 항아리곰팡이병 확산을 보여주는 지도다. 코스타리카에서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쳐, 파나마에서는 2000년대에 걸쳐 양서류 개체수가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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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연간 총 말라리아 환자수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다. 청색 선으로 표시된 코스타리카 그래프와 황색 파선으로 표시된 파나마 그래프를 보면 양서류가 크게 감소한 후 몇 년 지난 시점에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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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회귀분석(regression) 모델을 통해 양서류 감소와 감염병 증가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결과,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에서 늘어난 말라리아 발생 건수 중 2분의 1에서 3분의 2는 양서류 감소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말라리아 유행의 기타 요인으로는 홍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항아리곰팡이병 유행 이후 양서류 개체수는 회복되지 않았지만 코스타리카와 파나마 지역의 말라리아 발생 건수는 정점 대비 상당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살충제 살포와 같은 말라리아 대책의 효과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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