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행렬에는 왜 '정체구간'이 없는 걸까?
개미 행렬에는 왜 '정체구간'이 없는 걸까?
  • 김정은 기자
  • 승인 2019.10.28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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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he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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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많은 개체들로 콜로니(colony,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개미는 발견한 먹이를 함께 운반하기 위해 긴 행렬을 만들어 규칙적으로 행진한다. 때로 행렬 밀도가 매우 높아지기도 하지만 개미 행렬에는 속도를 못 내거나 막히는 구간이 거의 없어 연구자들이 이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과 관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년 가까이 개미 집단행동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2008년 연구에서는 실험실 내에 만든 개미굴과 달콤한 음식 사이를 고속도로와 같은 전용 통로로 연결했다. 개미들이 개미굴과 음식간의 최단 거리를 찾아 행렬을 형성한 후 통로는 인간사회의 고속도로와 마찬가지로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미들은 통로가 막히기 시작하자, 음식을 가지고 개미굴로 돌아가는 개미가 반대방향에서 오는 개미를 차단하고 다른 경로를 찾도록 하는 독려하는 행동을 보였다.

또 2018년에는 조지아공과대 연구팀이 불개미가 터널 굴착을 어떻게 최적화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컨테이너에 개미가 서식할 환경을 조성하고 불개미의 행동을 관찰했다.

조지아공과대 연구팀 논문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간하는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조지아공과대 연구팀 논문

불개미 터널은 두 마리가 겨우 엇갈릴 정도의 좁은 폭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각각의 개체가 마음대로 굴착 작업을 진행하면 즉시 터널이 막히게 된다. 하지만 연구팀이 불개미 굴착 작업 과정을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터널은 막히거나 정체하는 구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개미가 다른 불개미가 작업하는 곳을 발견하면 바로 포기하고 돌아 나오기 때문이다. 또 전체 불개미가 일제히 굴착 작업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30%만 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연구팀은 좁은 터널 속의 교통 체증이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효율적인 굴 파기를 위해 나머지 70%의 개미들은 일하지 않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툴루즈대와 애리조나대 연구팀이 아르헨티나 개미를 이용해 진행한 새로운 실험에서는 개체수가 400마리~2만 5600마리로 다양한 콜로니의 개미굴과 음식을 폭 5mm·10mm·20mm의 여러 통로로 연결했다. 연구팀은 통로 폭을 변경해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 개미의 개체수를 제한해, 행렬의 밀도를 제어했다.

(출처: Pixabay.com)
(ⓒPixabay.com)

연구팀은 다양한 조건에서 170회에 이르는 실험을 반복해 아르헨티나 개미의 ▲교통량 ▲행렬 진행속도 ▲개체의 충돌횟수 등의 데이터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보행자나 차량의 통로 점유율이 40%를 넘으면 정체가 시작되고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개미는 통로 점유율이 80%를 넘어도 교통량이 저하되는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아르헨티나 개미는 상황에 맞게 스스로의 행동을 제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통로 밀도가 높아지면 아르헨티나 개미는 국소적으로 혼잡상태를 평가하고,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걷는 속도를 적응시킨다. 또 혼잡한 통로 침입을 자제하고 통로 허용량을 결코 넘지 않도록 한다"고 밝혔다.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자. 가로축은 통로 밀도, 세로축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교통량·속도·충돌 빈도를 나타낸다. 빨간색 선은 사람이고 파란색 선이 개미다.

ⓒ툴루즈대·애리조나대 공동연구팀
ⓒ툴루즈대·애리조나대 공동연구팀

사람은 밀도가 일정한 선을 넘으면 교통량이 감소하고, 이동 속도도 밀도의 증가에 따라 계속 떨어지는 반면, 충돌 빈도는 밀도 증가와 함께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개미의 경우 밀도가 상승해도 교통량이 저하되지 않으며, 속도는 일정한 선을 넘으면 완만하게 감소하고 충돌 빈도는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개미가 밀집한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고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복잡한 인간 사회의 교통상황과 개미의 작업을 단순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또 연구팀은 그 이상으로 인간과 개미 사회의 구조적 차이가 크다고 지적한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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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교통체증은 사람들이 각각의 개인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인간 사회에 편재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개미들은 ‘집단생존’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 협력해 먹이를 회수하는 행동을 최적화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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