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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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과 중국의 우주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라그랑주점'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얼러트(ScienceAlert)가 보도했다.

우주 관측을 위해서는 동일한 장소에 머무는 것이 유리한데, 별과 행성이 가진 질량으로 인해 계속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몇 곳은 주변 천체의 영향을 적게 받아 같은 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 장소를 ‘라그랑주점’이라고 부른다. 18세기 이를 처음 연구한 프랑스 수학자 조제프루이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의 이름에서 따왔다. 

 

라그랑주점은 두 천체의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제3 천체가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총 5개가 존재하며 각각 L1, L2, L3, L4, L5로 불린다. 

라그랑주점 중 L1, L2, L3는 태양과 지구를 연결한 직선상에 있고 L4와 L5는 지구 공전궤도에서 지구의 앞뒤 60도의 고정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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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L1과 L2는 대기 간섭이 적고 달에서도 가깝기 때문에 인공위성이나 우주망원경 설치 장소로 인기가 높다. L3은 태양 뒤편에 위치하고 너무 멀리 있어 현시점에서는 활용 가치가 낮다는 평가다. 

L1은 이미 각국이 발사한 다양한 우주 관측선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L2는 탁 트인 시야로 심우주 관측이 가능해 고감도 망원경 설치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최근 신비로운 우주 사진을 제공하고 있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도 L2에 자리 잡았다. 

L2는 달의 뒷면에 대한 가시성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중국은 달 탐사선 창어 4호의 통신을 중계하는 위성인 '작교(Queqiao)'를 L2에 설치했다. 

‘우주 굴기’를 과시 중인 중국은 2020년 12월 창어 5호 탐사선을 발사해 달 표면 샘플을 수집해 지구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으며, 내년 5월에는 '창어 6호'를 발사해 달 뒷면의 남극-에이킨 분지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샘플 수집·탐사·복귀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중국의 우주 계획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은 L2에 달을 공전하는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Gateway)'를 설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게이트웨이는 미국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달을 오가는 우주비행사가 거쳐가는 전진기지로 미국의 달 복귀 계획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4년 11월 아르테미스 2호에 여성 1명을 포함한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워 달 궤도를 왕복할 예정이다. 또 2025년을 목표로 아르테미스 3호를 발사해 2명의 우주비행사를 달 남극 지역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미국 하원 초당파위원회는 "미국이 모든 라그랑주점에 영구적으로 자산을 배치하는 최초의 국가가 되도록 보장하는 것을 포함해, 우주에서 중국 공산당의 야욕에 맞서기 위해 NASA와 국방부 프로그램에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美하원 초당파위원회 보고서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美하원 초당파위원회 보고서 

라그랑주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다. 유럽 우주기관도 독자적으로 미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한국도 신개척지로 꼽히는 L4에 주목하고 있다. 

사이언스얼러트는 "우주 개발의 새로운 격전지인 라그랑주점은 매혹적인 만큼 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하지만 라그랑주점이 우주 탐사 진전에 어떻게 이용되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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