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유럽우주국(ESA)이 오는 7월 1일 발사할 예정인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은 미지의 '암흑물질(dark matter)'의 정체를 밝힐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현대 물리학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암흑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까?
암흑물질이란 전파·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X선·감마선 등과 같은 전자기파로도 관측되지 않고 오로지 중력을 통해서만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물질을 의미한다. 은하 형성을 설명하는 기본 요소이자 만유인력으로 온 우주를 지탱하는 존재로 여겨지는 암흑물질은 우주 물질의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류 가설에 따르면 우주 총 질량-에너지(total mass-energy) 중 암흑에너지(우주 팽창 가속도 설명에 사용되는 개념)가 68%, 암흑물질 27% 그리고 나머지 겨우 5%가 통상의 원자 등 가시 물질이다.
특히 암흑물질에 대해서는 ▲5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소립자 ▲다른 물질을 암흑물질로 바꿔 증식하는 물질 ▲음의 질량을 가진 암흑유체(Dark fluid)의 일부 등 다양한 설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암흑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등 여전히 암흑물질의 정체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우주국(ESA)은 약 10억유로(한화 1조 4110억)를 투입한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을 통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ESA는 앞서 "유클리드는 현대 우주론의 핵심 의문 가운데 하나인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 간의 인력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어째서 팽창 속도가 줄지 않고 오히려 점점 빨라지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데 최적화된 망원경"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앤디 테일러(Andy Taylor) 영국 에든버러대 천체물리학 교수는 영국 매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의 성질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면 우주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당초 러시아 소유스 로켓을 통해 2022년 내에 발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ESA가 러시아 우주개발기관인 로스코스모스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계약을 새롭게 체결하면서 계획이 연기됐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사용한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발사는 2023년 7월 1일로 예정되어 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발사 후 약 한 달에 걸쳐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제2 라그랑주점(L2)'까지 이동한다. 라그랑주점이란 서로 중력으로 묶여 각자 운동하고 있는 천체 간의 중력이 균형을 이뤄 중력이 '0'이 되는 지점을 의미한다. 총 다섯 개의 라그랑주점이 존재하며 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도 '제2 라그랑주점에 배치되어 있다.
암흑물질은 빛을 방출·반사·흡수하지 않는 입자로 구성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고성능 우주망원경이라도 직접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암흑물질의 질량에 따라 생기는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 효과'를 포착해 암흑물질 규명에 한발 다가갈 예정이다.
중력렌즈란 질량이 큰 물질에 의한 중력장을 지날 때 빛이 굴절되는 현상을 말하며 항성과 은하 등이 발하는 빛의 진행은 이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발견이 어려운 블랙홀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도 중력렌즈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블랙홀처럼 거대한 질량을 가진 천체가 존재하면 주위 시공간 자체가 뒤틀려 버리기 때문에 마치 렌즈를 통과했을 때처럼 빛이 굴절되거나 확대되어 보일 수 있다. 이 빛의 뒤틀림을 관측함으로써 블랙홀의 존재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암흑물질도 질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ESA는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수백만 개의 은하 이미지를 바탕으로 암흑물질 질량에 따른 중력렌즈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입자의 무게에 따라 다르게 생성되는 중력렌즈는 암흑물질의 구성요소를 알려줄 것이고, 이 정보는 지구상의 암흑물질 입자 탐색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