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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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사람들은 왜 매운 음식에 끌릴까? 고추 등을 먹었을 때 느끼는 '매운맛'은 미각에서 느낄 수 있는 신맛·쓴맛·단맛·짠맛·감칠맛과는 달리 실제로는 일종의 '통증'이라고 볼 수 있다. 

'도대체 왜 일부 사람들은 통증과 같은 '매운맛'을 사랑하는가'에 대해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Live Science)가 해설했다.  

혀에는 미각을 지각하는 수용체뿐만 아니라 온도 등을 지각하는 수용체도 존재한다. 매운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먹으면 미각수용체가 아닌 온도수용체가 반응해 맵다고 느끼게 된다. 

고추 등에 포함된 매운맛은 '캡사이신(capsaicin)'이란 화학물질 때문이며, 식물이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을 막기 위한 2차 대사산물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캡사이신이 결합하는 'TRPV1' 수용체는 보통 섭씨 40도가 넘는 고온에 반응한다. 하지만 캡사이신을 포함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캡사이신 분자가 TRPV1에 결합해 활성화 에너지를 낮춘다. 즉, 본래라면 반응하지 않는 섭씨 33도 정도의 온도에서도 반응하게 된다. 

입안 온도는 섭씨 35도가 넘기 때문에 캡사이신을 먹으면 입안이 불타는 것처럼 뜨겁게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맵다는 것은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TRPV1에 반응하는 것은 캡사이신뿐만 아니라 후추 등에 포함된 피페린과 산성도가 높은 식초 등에도 반응한다. 마늘에 포함된 알리신과 와사비 등에 포함된 화학물질은 TRPA1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온도 수용체에 결합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존 헤이스(John Hayes) 교수는 "인간은 이 '불타는 듯한 감각'을 실제로 즐기고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며" 인간 이외의 대부분의 동물은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매운맛에 끌릴까?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론이 존재한다. 

헤이즈 교수는 가장 유력한 이론은 '위험과 보상(risk and reward)'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ppetite

2016년 국제학술지 '식욕(Appetite)'에 게재된 연구에서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위험한 행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도로에서 굳이 차의 속도를 올리길 좋아한다면 매운 음식도 즐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람들은 통증이나 위험을 통해 일종의 흥분(보상)을 얻고 있기 때문에, 매운 음식으로 인한 '통증'에도 흥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험이나 통증과 같은 위험이 뇌 내에서 어떻게 보상과 연결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한 전문가는 매운 음식의 매력을 '제한된 위험(constrained risk)'이나 '양성의 마조히즘(benign masochism)' 등으로 표현했다고 라이브사이언스는 전했다. 즉, 매운맛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위험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IH(National library of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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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매운 음식을 얼마나 먹느냐는 그 사람이 소속된 사회 집단 및 문화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2015년 조사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이 외부 영향이나 사회적 동기 등으로 매운 음식을 먹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더운 지역에서는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을 냉각시킬 수 있어 땀을 유발하는 매운 음식을 선호한다, 또 캡사이신에 대해 둔감해지는 일부 유전적 변이가 있으면 매운 음식을 즐긴다는 이론도 있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식품 과학자인 알리사 놀덴(Alissa Nolden) 교수는 매운 음식 취향에 대해 "매운 음식에 대한 선호는 이러한 이론 중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아마도 이 모든 요인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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