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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간을 포함한 동물 대부분은 생물학적으로 수컷과 암컷 2개의 성별을 가지고 있다. 

최근 북반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섯이 무려 '1만 7000개 이상의 성별'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유전학(PLOS Genetics)'에 게재됐다. 

앞서 4개의 성별을 가진 새가 보고되는 등 자연계의 성별에 대한 연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버섯이나 곰팡이 등 진균류는 수천~수만의 생물학적 성별이 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다만 진균류 성별 조사는 매우 어려운 작업으로 이러한 가설의 진위를 밝히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미생물 DNA 시퀀싱 기술의 급속한 진보 덕분에 이런 종류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연구팀은 북반구의 시원한 지역의 흔한 버섯인 옷솔버섯속(Trichaptum)을 대상으로 어느 정도의 성별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옷솔버섯속 3종의 버섯을 세계에서 180개 샘플을 수집한 뒤 각 균주로부터 포자를 채취해 플레이트에서 배양했다. 수 주 정도 성장시킨 후 DNA를 분석해 다른 표본에서 성장한 포자와 짝을 지어 교배할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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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연구에서 버섯의 성별이 MATA와 MATB라는 2개 유전체 영역으로 제어되고 있으며, 이 영역에 많은 대립 유전자를 갖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MATA 및 MATB 중에서도 어떤 부분이 성 결정에 중요한지를 정확히 특정하고 두 영역에서의 관련 변이 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옷솔버섯속에는 무려 1만 7550개에 달하는 대립 유전자 조합이 있으며, 같은 수만큼 성별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버섯에 왜 이렇게 많은 성별이 존재하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논문 공저자인 오슬로 대학 유전학자 데이빗 페리스(David Peris) 박사는 버섯이 특정 장소에 머물고 번식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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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버섯의 성별이 수컷과 암컷뿐이라면 주변 포자가 같은 성별일 가능성이 높아져 교배율이 떨어지는 반면, 성별이 많으면 주변 포자와의 교배 확률이 높아져 생존에 유리하다. 또 동일한 버섯에서 방출되는 포자의 유전적 다양성으로 근친교배의 단점을 피하기 쉽고 많은 대립 유전자의 존재로 환경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진화 생물학적 관점에서 이처럼 극단적인 성별 다양성이 갖는 메리트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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