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마약원료 식물로 지정된 '마법의 버섯'(magic mushrooms)에 포함된 사일로사이빈(Psilocybin)은 많은 나라에서 법률로 엄격히 제한되는 환각 성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일로사이빈이 우울증 증상의 치료제로 승인되는 등 의약품 효과가 검토되고 있으며, 합법화를 단행하는 지역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편두통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소량의 사일로사이빈을 투여한 결과 "단 1회 투여로 만성 두통에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신경치료'(Neurotherapeutics)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eurotherapeutics

사일로사이빈이 두통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것을 증명할 과학적 증거는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예일대 의과대학 엠마누엘 쉰들러 조교수 연구팀은 편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해, 사일로사이빈이 만성 두통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쉰들러 박사는 이번 실험에 대해 "나는 수년 동안 신경약리학 연구에 종사한 경험을 토대로 환각 성분이 인간의 뇌 기능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사일로사이빈 등 환각 성분이 포함된 약의 복용만으로 두통 질환에 지속적인 개선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는 두통 원인의 해명 및 새로운 치료법의 확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험에는 잦은 편두통에 시달리는 여성 7명과 남성 3명이 참가해 2주 간격으로 2회에 걸쳐 캡슐 형태의 약을 복용했다. 이때 어느 것이 위약용 캡슐이고, 어느 것이 사일로사이빈 캡슐인지는 참가자도 실험 담당자도 모르도록 했다. 이는 사일로사이빈과 편두통 관계에 대해 조사한 최초의 이중맹검 위약대조 시험이다. 

그 후 두통의 유무와 정도를 기록한 실험 참여자의 일지를 조사한 결과, 사일로사이빈을 복용한 사람은 캡슐 복용 후 2주간에 걸쳐 편두통 빈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편두통 빈도뿐만 아니라 통증 정도와 편두통이 가져오는 역기능도 3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다만 쉰들러 박사는 "이번 실험은 소규모이고 예비 실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사일로사이빈의 두통 억제 효과 검증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편두통 한 가지 증상이라도 뇌·면역 체계·유전·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어 모든 두통에 효과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남용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실험은 사일로사이빈을 1회만 투여하고, 투여량도 최소한의 저용량이었다. 환각을 거의 또는 전혀 경험하지 않을 정도의 투여량으로 2~3주 정도 편두통이 완화됐으며, 심각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며 "향후에는 사일로사이빈이 편두통의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