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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하 중아공)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법률을 시행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BBC 등 주요 외신이 4월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중아공, 아프리카 최초로 '비트코인' 법정통화 인정

인구 483만의 중아공은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에 이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중아공은 현재 법정통화로 세파프랑(CFA franc)을 채택하고 있다. 새롭게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서 추가하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이후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레(Faustin Archange Touadera) 중아공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최종 법안이 통과됐다. 

오베드 만시아 중아공 대통령 비서실장은 암호화폐 사용 합법화에 대해 "중아공을 세계에서 가장 대담하고 가장 비전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며 "법정통화로 비트코인을 채택하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열기 위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언급했다. 

헤르베 은도바 재무장관은 법안 시행 며칠 전 "암호화폐 감독을 위한 규제기관 설립 법안을 채택했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 비트코인, 엘살바도르서 '법정통화'로 자리 못 잡아

한편, 엘살바도르는 중아공보다 한발 앞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지만, 실제로는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지 않아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달러 중심의 국제 경제에 편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만성적 인플레이션에 허덕이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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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도해 비트코인 지갑 애플리케이션 '치보(chivo)'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1월 인구의 절반이 넘는 약 400만 명이 치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 조사에 따르면 치보 사용자의 3분의 2가 지갑 앱을 개설할 때 받은 30달러의 비트코인을 모두 소진한 이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엘살바도르는 법안 시행 이후에도 비트코인 도입을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고,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과 더불어 국제통화기금(IMF)의 비판 등 진통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을 강행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새로운 결제 수단 도입을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 중아공 '비트코인 드림' 실현 어려워 

앞서 비트코인을 도입한 엘살바도르도 결코 부유한 나라는 아니지만, 60여 년 전 프랑스에서 독립한 중아공은 빈곤이 만연하며 인권침해와 높은 실업률, 부족한 인프라, 치안 불안에 허덕이는 나라다. 다이아몬드·금·우라늄 등 지하자원을 고려하더라도 경제적 측면에서 엘살바도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또 중아공은 일상적인 지불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데 필수적인 인터넷 접속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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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데이터에 의하면, 2020년 말 기준 중아공 인터넷 보급율은 전체 인구의 불과 4%이며, 휴대폰 보급율도 인구의 3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이에 비트코인 공식 통화 채택이 일반 국민이 아니라 일부 특권층의 자원거래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이 많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이 크고 제어가 어려우며 돈세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엘살바도르가 법정화폐로 비트코인을 채택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어 같은 결정을 내린 중아공 역시 IMF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MF는 지난 3월에도 "암호화폐 채택은 부패인식 제고와 보다 집중적인 자본관리에 적극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하는 등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중아공이 비트코인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책과 규제를 시행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엘살바도르는 자체 비트코인 지갑 앱을 통해 보급 촉진을 노렸지만, 중아공 정부는 "엘살바도르를 추종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어 향후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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