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비트코인 채굴 급증에 전력 부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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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폭설과 한파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전국적으로 전력 수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에서도 에너지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 테헤란 등 국가 전역의 잇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에 이란 정부는 "전력 부족은 비트코인(Bitcoin) 채굴 열기가 원인의 일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란에서 대규모 정전과 스모그 현상 등 대기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경제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란은 가정 난방을 위해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연료 부족으로 일부 발전소가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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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른 전력 부족으로 정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또 일부 발전소가 열악한 연료를 사용한 결과, 수도 테헤란의 대기 오염은 위험한 수준에 달해 스모그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전부터 이란은 발전 시설의 노후화와 정부 산하 전력 회사의 부패로 전력 산업의 효율이 만성적으로 침체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란 정부는 전력 부족은 비트코인 채굴이 주요 원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란전력공사(TAVANIR)는 지난 13일 "에너지 소비가 많기 때문에 케르만주(Kerman Province)에 위치한 대규모 암호자산센터를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전력공사는 정부 허가를 받지 않은 채굴업체를 폐쇄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2020년 12월에만 500개의 발굴 거점이 특정됐다. 

이란에서는 정부 허락 없이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경우, 국가 에너지망에 손실을 준 것으로 간주돼 벌금이 부과된다. 

이란전력공사 대변인은 국영 이란통신(IRNA)에 "정전은 불법 채굴업자에 의한 과도한 에너지 사용이 원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대변인인 알리 바에지(Ali Vaezi)는 "정부는 무단 암호화폐 채굴 사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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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란 정부의 주장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암호화폐 연구가이자 투자자인 지야 사드르(Ziya Sadr)는 워싱턴 포스트에 "암호화폐 채굴이 소비하는 전력량은 국가 전체 소비량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으로 정전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란 전력산업의 관리 실수와 낙후된 발전소가 이란 에너지 망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란의 전기 요금이 저렴 너무해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란 출신 암호화폐 연구가 알리 베이크베르디(Ali Beikverdi)는 "국토가 넓고 전기료가 저렴한 나라는 비트코인 채굴에 최적의 장소다. 한국 같은 경우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높아 채산이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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