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사람이 안정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인간관계는 150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감당할 수 있는 집단 규모의 제한"을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한다. 

던바의 수 이상의 사회적 집단에 속하더라도,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상대는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현상은 인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연구를 통해 고릴라도 "사회 집단이 커지더라도 가까운 상대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던바의 수는 영장류의 뇌 크기와 평균적인 영장류 집단의 크기 간 상관관계를 발견한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1993년 발표했으며 "인지적 기능 제한으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가 제한된다"는 개념이다. 인간 이외의 영장류는 뇌의 크기와 사회적 관계 유지에 사용할 수 시간을 고려할 때 던바의 수가 약 50마리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 엑서터 대학(University of Exeter)과 마운틴고릴라 보호단체 'Dian Fossey Gorilla Fund' 연구팀은 르완다에 서식하는 총 150여 마리의 마운틴고릴라 무리를 12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영국 왕립학회(로열 소사이어티)'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로열 소사이어티

일반적으로 마운틴고릴라는 12마리~20마리가 무리지어 생활하지만, 그 수는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최근에는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고릴라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때로는 최대 65마리로 이루어진 무리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고릴라 간의 사회적 관계를 측정하기 위해 각각의 개체가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측정했다.

논문 대표저자인 인류학자 로빈 모리슨 박사는 "대부분의 영장류는 사회적 관계를 위해 ‘사회적 털 고르기’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고릴라는 다른 영장류보다 털 고르기에 쏟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고릴라 사회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털 고르기 대신 '누가 옆에 앉고 누구에게서 멀어지는지'로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각각의 고릴라가 얼마나 친밀한 관계인지를 관찰해 개체 간 친근함을 7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관계에 변화가 가장 컸던 무리 개체수는 12마리~20마리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무리의 수가 그 이상으로 증가하면 관계가 약해져 사회적 관계의 변화도 감소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사회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관계의 복잡성이 감소하는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모리슨 박사는 "특정 개체와 강한 관계를 맺기 위한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의 한계"가 친한 개체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고릴라는 사회집단이 커져도 소수의 상대와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이에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할애하고 있는 만큼, 나머지 대부분의 개체와는 약한 관계만 맺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모리슨 박사는 "사회집단에서의 생활은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수컷 고릴라는 사춘기에 들어가면 친한 상대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여성 고릴라는 전 생애에 걸쳐 안정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차이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수컷 고릴라가 사춘기를 지나면 태어난 무리를 떠날지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앞서 관계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한편, 연구팀은 "무리의 크기로 측정된 사회적 복잡성은 무리에 속한 각각의 개체가 경험하는 사회적 복잡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장류 무리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집단 규모 이상의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