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전자 편집 쌍둥이' 논란 1년...과학자와 아이는 어디에?
中 '유전자 편집 쌍둥이' 논란 1년...과학자와 아이는 어디에?
  • 김정은 기자
  • 승인 2019.11.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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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 논란 촉발 ‘허젠쿠이 사태’ 그 후 1년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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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난해 11월 26일 홍콩에서 열린 제2회 인류 게놈 편집 컨퍼런스에서 중국 남방과기대(SUSTech) 허젠쿠이(賀建奎) 교수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기술 ‘크리스퍼(CRISPR-Cas9)’를 이용해 선천적으로 에이즈(HIV) 내성을 가진 쌍둥이 여아 출산에 성공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딱 1년 전의 일이다.

◆ 금기 깬 中과학자..세계 첫 유전자 편집 아기의 탄생

허첸쿠이는 “쌍둥이의 아버지가 에이즈 보균자다. 에이즈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환자가 많은 심각한 질병으로 태아 감염을 막기 위해 유전자 편집 필요성을 느꼈다”며 실험 배경을 밝혔다.

아래는 지난해 11월 25일 허첸쿠이가 유전자 편집 아기 실험내용을 공개한 동영상이다.

그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11월에 걸쳐 실험에 참여할 8쌍의 커플을 모집했으며 그 중 두 쌍이 임신에 성공했다. 두 명의 산모 가운데 한 명이 쌍둥이 루루와 나나를 출산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올해 여름 출산 예정이었지만 무사히 태어났는지를 포함해 그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허첸쿠이의 발표 이후 사회적 파장은 거셌다. 인간 배아를 이용한 실험에 대한 윤리적 논란 속에 강행된 실험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비판과 논란이 확대되자 중국 당국은 허젠쿠이 연구팀에 연구 중단을 명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인류 게놈 편집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중국 과학자 허첸쿠이
인류 게놈 편집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중국 과학자 허첸쿠이

올해 1월 광동성 조사팀은 예비 조사 결과를 중국 언론에 발표했다. 조사팀은 과학자의 임상실험이 사실이었음을 공식 인정하며 “규제와 감독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을 위해 프로젝트 팀을 조직, 안전성과 유효성이 불확실한 기술을 이용했다. 본인의 명성을 위해 개인적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즉, 허젠쿠이 연구팀이 공식적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법에 따라 엄격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 하지만 지난 2월 중국 정부가 사실은 유전자 편집 아기 탄생을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연구팀이 실험 참가자에게 받은 동의서와 중국 임상시험등록센터(ChiCTR) 문서 등을 살펴볼 때 정부 허가와 지원 없이 진행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해석이다. 

◆ 허첸쿠이와 유전자 편집 쌍둥이 모두 ‘행방 묘연’

허첸쿠이 사태 후 1년이 지난 지금 허첸쿠이와 쌍둥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허첸쿠이는 올해 1월 마지막 목격 이후 10개월간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며 세계 첫 유전자 편집 쌍둥이의 소재도 불분명하다고 과학매체 '사이언스 얼럿(Science Alert)'은 26일(현지 시각) 전했다.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제공)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제공)

이미 지난 1월 남방과기대는 허첸쿠이 교수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가 가택연금 혹은 구속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허첸쿠이는 1월에 아파트 발코니에서 목격된 이후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쌍둥이의 건강상태와 행방도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허첸쿠이의 미디어 지원을  맡은 라이언 페럴(Ryan Ferrell)은 허첸쿠이의 근황을 묻는 언론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자신의 보수를 허첸쿠이 아내가 지불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이언스 얼럿은 "허첸쿠이가 더 이상 보수를 지급할 수 없는 상태인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중국 이어 러시아도 실험 나서  

지난 3월 WHO는 유전자 편집 전문가 위원회를 만들고 인간배아와 관련한 모든 유전자 편집 임상 연구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7개국 18명의 과학자들이 ‘향후 최소 5년간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 및 착상을 전면 중단하고 이를 관리·감독할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하지만 모라토리엄은 그 어떤 구속력도 없는 과학자 간의 약속에 불과하다. 또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이 과연 과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반인륜적 실험이라는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과학계 일각에선 중국이 유전자 편집을 통해 생명공학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유전자 편집과 줄기세포 등 바이오 기술이 급성장 중이며,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규제 장벽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관련 연구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에서 세계 첫 복제 원숭이가 태어났고, 올 초에는 유전자 편집을 통해 'BMAL1' 유전자를 제거해 주기성 생체리듬(circadian rhythm) 장애를 가진 원숭이 5마리 복제에도 성공했다. 

유전자 편집기술과 체세포 복제기술로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中원숭이 5마리
유전자 편집기술과 체세포 복제기술로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中원숭이 5마리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린 것일까? 지난 6월 네이처에 데니스 레브리코프 러시아 쿨라코프 국립산부인과 연구센터 유전자 편집 연구소장이 “유전자 GJB2 돌연변이로 청력을 잃은 부부 5쌍을 대상으로 수정란 유전자 교정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레브리코프 교수는 동물 실험에서 이미 GJB2 유전자 편집을 통해 유전적인 청각 장애 차단에 성공했다. 그는 유전자 편집 아기 시술에 앞서 피로고프국립연구의대 윤리위원회 승인을 거쳐 성인 여성 난자에서 GJB2 유전자를 잘라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번 승인에는 유전자가 교정된 난자의 자궁 착상은 포함돼 있지 않다.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제공)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제공)

CRISPR-Cas9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제니퍼 다우나(Jennifer Doudna) UC 버클리 교수는 "모라토리엄은 더 이상 충분치 않으며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이미 러시아에서 인간 배아의 차기 유전자 편집실험이 예정되어 있다. 각국 규제 당국은 이러한 유전자 실험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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