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규제 장벽 낮아 중국서 유전자 편집 실험 연이어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과학적인 위험성과 윤리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생명 과학의 발달로 이미 다양한 복제 개체(클론, colne)가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은 유전자 편집과 줄기세포 등 바이오 기술이 급성장 중이며,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규제 장벽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관련 연구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미 중국의 유전자 편집 기술 경쟁력은 미국의 뒤를 바짝 추격할 정도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생명체의 유전체(Genome)에서 특정 DNA를 삽입·삭제·변형·치환하는 유전자 변형을 의미한다. 이 기술은 이제 본격적인 신호탄을 알린 단계지만 관련 규정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고 그마저도 통일되지 않아 윤리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중국 첫 ‘복제 경찰견’ 탄생…10년 내 경찰견 대량 생산이 목표 

이런 가운데 중국 윈난성 연구팀이 ‘경찰견 셜록홈즈(Sherlock Holmes of police dogs)’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한 경찰견의 복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뛰어난 DNA를 가진 경찰견을 얻기 위한 것으로 경찰견 복제를 통해 훈련 시간과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최초의 복제 경찰견 '쿤쉰(Kunxun)'
중국 최초의 복제 경찰견 '쿤쉰(Kunxun)'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등 3월 20일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중국 윈난농업대학과 베이징에 위치한 시노진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중국 공안부 지원 하에 공동 진행하고 있다.

이미 복제에 성공한 경찰견 쿤쉰(Kunxun)은 현재 생후 3개월이며 지난해 12월 19일 540g으로 태어났다. 보도에 따르면  쿤쉰은 중국 공안부 표창을 받은 경찰견 화황마(Huahuangma)의 DNA를 바탕으로 복제됐다. 화황마는 2016년 살인 사건 범인 체포에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 호텔 열쇠를 찾아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쿤쉰과 화황마의 DNA는 99.9% 일치한다. 

쿤쉰은 앞으로 마약 탐지, 군중 제어, 증거 탐색 등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 생후 10개월 정도면 경찰견으로 활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경찰견 훈련은 5~10년의 기간이 필요하며 경찰견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한 비용은 50만 위안(한화 약 8456만원)에 달하지만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해도 모두 경찰견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에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한 복제 경찰견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 

연구팀은 "경찰견 복제는 현재 실험단계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뛰어난 복제 경찰견의 대량 양산을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현 시점에서 복제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 기술 추월당한 한국 vs. 유전자 편집 연구 포문 연 중국 

사실 복제한 개를 경찰견으로 처음 이용한 것은 바로 한국이다. 지난 2005년 복제견 실험에 성공, 2007년부터 복제 라브라도 경찰견을 세관 마약 탐지견으로 투입했다. 

하지만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추출 성공의 신화가 대국민 사기로 막을 내린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국내 생명공학 유전자 기술은 맥이 끊긴 채 강력한 규제까지 더해져 여전히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그 사이 유전자 편집 연구와 동물 복제를 통한 상업적 사용에 있어 한국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세계 첫 복제 원숭이가 태어났고, 올해 초 중국 과학자들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주기성 생체리듬(circadian rhythm) 장애를 가진 원숭이 5마리 복제에 성공했다. 중국과학원 산하 상하이 신경과학연구소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원숭이를 이용해 복제한 원숭이 5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유전자 편집기술과 체세포 복제기술로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中원숭이 5마리
유전자 편집기술과 체세포 복제기술로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中원숭이 5마리

또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는 지난해 유전자 편집 실험을 통해 쌍둥이 자매를 세계 최초로 탄생시켰다. 그는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인류 게놈 편집 컨퍼런스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 실험을 진행했다. 태아의 아버지가 에이즈 보균자이기 때문이다. 에이즈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환자가 많은 심각한 질병으로 태아 감염을 막기 위해 유전자 편집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허젠쿠이 교수 연구팀이 공식적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실험으로 법에 따라 엄격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2월 중국 정부가 사실은 유전자 편집 아기 탄생을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연구팀이 실험 참가자에게 받은 동의서와 중국 임상시험등록센터(ChiCTR)에 등록된 문서 등을 살펴볼 때 정부의 허가와 지원 없이 진행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인류 게놈 편집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중국 과학자 허첸쿠이
인류 게놈 편집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중국 과학자 허첸쿠이

한편, 중국 바이오기술 기업 시노진은 이미 반려동물의 복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복제견 서비스 가격은 38만 위안(약 62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노진은 중국 영화와 TV를 통해 유명해진 '궈즈'라는 9살 스타 개를 복제해 이슈가 됐으며 올해는 반려견에 이어 중국 최초의 복제 고양이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 안전성·효율성·윤리 논란 여전한 해결과제...높아지는 ‘차이나 포비아’

이 같은 중국의 거침없는 유전자 편집 실험을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큰 파장을 몰고 온 '유전자 편집 아기'의 존재를 중국 정부가 자인하면서 국제 사회의 논의와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간 유전자편집 정상회의(International Summit on Human Genome Editing)가 지난해 11월 열렸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편집과 관련된 국제 권고안을 2021년까지  제정키로 결정했다. 앞으로 2년 동안 세계적으로 인간 유전자 편집을 엄격히 규제하기 위한 국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예정이다.

WHO의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인류 건강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윤리적·의학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를 둘러싼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일관된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논란을 의식한 중국 정부는 2월 26일 유전자 편집 기술과 관련된 생명공학 법안의 초안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유전자 편집 관련 기술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중국 내각 보건부의 관리를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3월에는 WHO가 유전자 편집 전문가 위원회를 만들고 인간배아와 관련한 모든 유전자 편집 임상 연구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유전자 편집과 관련된 연구 과정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국제적 등록기관의 설립 필요성을 촉구했다.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이 과연 과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반인륜적 실험이라는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과학계 일각에서 중국이 유전자 편집을 통해 생명공학의 진화를 이루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세계 과학계로부터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중국에서 앞으로도 유전자 편집 논란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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