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사태'와 닮아가는 과학계..."연구 시스템 개선해야"
'서브프라임 사태'와 닮아가는 과학계..."연구 시스템 개선해야"
  • 김정은 기자
  • 승인 2019.11.04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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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구, 잘못된 시스템 속에 그릇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
논문 재현성 실패 비일비재...이미 심각한 수준
과학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질 수도
(출처:pxhere.com)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현대의 모든 과학 연구물들은 실험 과정과 그에 따른 결과를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이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과학연구가 ‘재현성 위기(reproducibility crisis)’에 처해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문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며 과학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버지니아 대학 병리학 교수인 제임스 믈링은 2019년 현재의 과학연구 시스템이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와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07년부터 2009년에 걸쳐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투자를 증권화해 은행이 이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높아졌다. 신용등급이 낮은데도 대출 담보비율이 무려 90%에 달하는 위험한 상품이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손해가 없고 금리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고객을 가리지 않고 상품을 팔아치웠다.

(출처: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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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해당 상품 판매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평가기관은 존재했지만 신용평가 기관은 은행에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은행 측에 불리한 등급 판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국의 집값이 수 십 년간 꾸준히 올라 가능했던 이러한 비상식적 대출은 집값이 어느 순간 하락세로 돌아서고 부실채권과 막대한 부채가 쌓이면서 결국 버블 붕괴로 이어졌다.

유사한 사태가 과학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미약한 근거를 바탕으로 자극적인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사람’이 ‘오랜 시간동안 확보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몇 안 되는 논문을 발표하는 사람’보다 많은 보상을 받고 ▲다른 과학자와 기업이 후속연구를 해주며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 스스로 위험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는 현 연구 시스템이 과학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믈링 교수는 지적한다.

(출처:Unsplash)

과학적 발견을 한 연구자는 일단 논문 발표가 끝나면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출판편향(publication bias)'으로 인해, 해당 발견에 대한 오류가 나타나도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기도 한다.

실제로 독일의 다국적 제약회사 바이엘(Bayer)은 “약물 개발을 위해 그동안 발표된 과학논문을 재현하려고 시도한 결과, 전체의 65%는 재현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과학자들이 사기행위를 한 것도 부정행위를 한 것도 아니다. 데이터는 실존하며 직접 관찰된 것이다. 다만 '더 많은 논문을 발표해야한다'는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신중한 관찰과 자기비판을 거듭해 확고한 증거를 수집한 과학자들은 출세의 길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의 하나는 은행 입장에서 ‘대출의 질’이 중요치 않았다는 점인데, 유사한 모습이 과학계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

물론 과학 논문의 질을 관리하기 위한 '심사' 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픈 액세스 저널이 등장하며 논문 발표 시스템 전체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출처: Pixabay.com)
(출처: Pixabay.com)

오픈 액세스 저널은 논문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과학논문의 공공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기존 출판계가 독자에게 비용을 부담시켰다면, 오픈 액세스 저널은 논문을 게재하는 측에 비용을 요구한다. 따라서 학술 출판 플랫폼이 수익을 확보하려면 게재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저명한 저널에 논문 게재를 원하는 저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이를 통해 다양하고 흥미로운 논문이 지속적으로 쌓여 저널의 영향력이 커지며, 점점 더 많은 논문이 등재돼 수익이 창출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계는 많은 업적을 이뤄왔지만 이 같은 시스템 하에서는 21세기의 은행처럼 자율규제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과거의 불완전한 결론은 수정되고 발전하겠지만 여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믈링 교수는 현재의 잘못된 구조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는 연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낭비와 지연 문제는 치료와 기술이 확립되지 않은 질병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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