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기억상실로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사람은 비록 포만감을 느낀다 하더라도 음식을 주면 또 식사를 한다. 이는 사람이 ‘배고프기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온라인 학술저널인 <더컨버세이션>은 지난 15일 새로운 연구를 통해 ‘식사를 한 기억’이 다음 식사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전했다.

2013년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상태에서 식사를 하면 식사에 집중하지 못해 다음 식사량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바 있다. 또 1998년 연구에서 기억상실로 식사를 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식사를 한 직후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지아 주립대학 신경과학연구소의 마리스 페어렌트(Marise Parent) 박사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뇌 변연계의 기억 관련 기관인 ‘해마(hippocampus)’에 주목, 쥐가 먹이를 먹은 직후 해마에 빛과 유전과학을 결합한 광유전학 조치를 취해 해마를 불활성화했다.

그러자 쥐는 다음 먹이를 평소보다 빨리 찾게 되었고 평소의 2배에 달하는 양을 먹었다. 먹이는 설치류용 사료, 설탕용액, 사카린으로 단맛을 낸 물이었으며 평소라면 혈당치 상승을 억제할 사카린을 먹은 경우에도 식사량은 증가했다.

이에 따라 페어렌트 교수는 에너지 섭취량 제한을 위해서는 식사 후 해마의 작용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해마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이전 식사의 기억을 통합해 섭식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26%에 해당하는 약 20억 명의 성인이 과체중이며 6억 명 이상이 비만이다. 특히 비만은 당뇨병과 심장병,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인지장애의 위험인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미 연구를 통해 쥐에게 지방과 설탕을 과도하게 줄 경우 해마의 기억이 손상되며, 폭식증/비만과 해마손상/기억장애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비만의 원인을 이해하고 비만을 치료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