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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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공지능(AI)이 특허권을 소유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벌어진 소송에서 영국 대법원이 "AI는 특허권을 가진 발명자로 이름을 올릴 수 없다"고 최종 판결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현행법으로 특허를 신청하려면 발명자는 '자연인(natural person)'이어야 한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자연인, 즉 법률상 '유기적인 생물학적 육체를 가진 인간'이어야만 한다는 의미다.

◆ 영국대법원, 美 컴퓨터 과학자가 제기한 소송 기각

이번 재판에서는 미국 컴퓨터 과학자 스티븐 탈러(Stephen Thaler)가 자신이 개발한 AI '다부스(DABUS)'를 특허 발명자로 기재하려 한 것이 쟁점이 됐다. 

신경망 기업 '이메지네이션 엔진'(Imagination Engines)의 CEO이기도 한 탈러는 2018년 음식 포장 형태 관련 특허 1건과 플래시 불빛 타입 관련 특허 등 총 2건에 대한 영국 특허를 출원할 당시, 발명가로 자신이 개발한 AI '다부스'를 기재했다.

특허 출원을 접수하는 영국 지식재산청(IPO)이 AI 기재를 인정하지 않자 탈러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0년 고등법원에서 기각됐고, 이듬해 항소법원(UK Court of Appeal)에서도 같은 판결이 내려진 뒤 대법원까지 넘어가게 됐다.

대법원 심리에서는 AI가 실제로 발명을 했는지는 쟁점 사항이 아니었고, 특허 출원 시 AI 기재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주로 논의했다.

영국에서는 1977년 특허법에 따라 출원 규칙이 정해져 있다. 탈러의 변호단은 "특허법은 인간 이외의 발명가가 존재할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으며 AI도 발명가로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관은 만장일치로 이를 기각하고 발명가는 자연인이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데이비드 키친 판사는 판결문에서 "기계를 창조자로 간주하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특허 신청 반려가 적법하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Supreme Co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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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러는 자신이 AI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AI 발명에 대해 특허를 출원할 권리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AI는 어디까지나 기계일 뿐 법적 인격을 갖지 않으며, 이러한 존재가 특허를 출원하기 위한 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주장도 기각했다.

탈러의 변호사는 성명에서 "영국 특허법은 AI에 의해 자율적으로 만들어지는 발명을 보호하기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AI에 의존하는 산업을 지원하기에는 (특허법이) 매우 불충분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 AI, 발명품 특허권자가 될 수 있을까?

예상을 뛰어넘는 기술 발달 속에 AI가 특허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영국 지식재산청(IPO)은 AI 특허 취득과 관련된 법률 논의를 앞으로도 환영하며 정부는 특허 시스템이 AI 혁신과 사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분야의 법률을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대법원은 "이번 결정이 AI 기반의 도구와 기계가 창작한 기술적 진보의 결과가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와 같은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판결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탈러가 자신을 특허의 발명자로 지정하고 AI를 '매우 정교한 도구'라고 설명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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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제이콥슨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자일스 파슨스는 "AI는 현 상황에서 도구일 뿐이므로 이번 판결은 타당하다. 중장기적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현 법률상 올바른 결정이 내려졌다"며 "다만, 이것이 AI를 발명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약 AI를 사용할 경우, 사용한 사람이 발명가라고 인정되면 특허 신청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2023년 초에도 탈러는 미국에서 진행한 유사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미국 법원은 AI를 통해 제작된 발명품에 대한 특허 발급을 거부한 미국 특허상표청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탈러는 미국과 영국 이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유사한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각국 재판부는 AI를 인간과 동등한 법적 권한자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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