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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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파킨슨병은 떨림·근육 강직·보행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병세가 악화되면 휠체어나 누워서 생활하는 등 거동에 제한을 받는다. 

파킨슨병으로 걸을 수 없게 된 프랑스 남성이 척수에서 다리로의 신호 전달을 돕는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하루 6km를 문제없이 걸을 수 있게 된 사례가 보고됐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Nature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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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 출신인 63세 마크 고티에(63)는 20여 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으며 균형감각 장애와 보행 마비 등 심각한 운동장애를 겪었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점진적으로 소실되면서 신체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레보도파(levodopa) 등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정상적인 움직임을 완전히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 조슬린 블로흐(Jocelyne Bloch) 교수 연구팀은 마크 씨의 척수에서 다리 근육으로의 신호 전달을 회복시키기 위해 척수에 뇌기계인터페이스(BMI:Brain Machine Interface) 기술이 접목된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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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사례는 아니지만, 과거 연구에서 척수 손상 등으로 하반신불수가 된 환자에게 척수 임플란트를 삽입해 다시 걷게 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척수 임플란트는 보행 시 다리 근육을 활성화시키는 척수 영역을 표적으로 한 것이다. 우선 연구팀은 마크 씨 척수의 해부학적 지도를 작성하고 BMI 기술을 이용해 다리로 신호를 보내는 영역을 정확히 특정했다. 그리고 이 영역에 전극을 삽입해 식별한 척수 신경세포에 직접 자극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파킨슨병 환자는 두 다리에 운동 센서를 장착하게 된다. 보행을 시작하면 척수 임플란트 스위치가 자동으로 켜지면서 척수 뉴런에 전기 자극을 보내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뇌에서 척수로의 비정상적인 신호 전달을 교정해 정상적인 움직임으로 회복시키는 구조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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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씨는 현재 장거리 보행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그는 "수술 후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 이제 계단도 두렵지 않다. 매주 일요일에는 호수까지 6km 정도 걷는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보행능력 분석 결과, 척수 임플란트는 보행과 균형장애 개선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해, 마크 씨의 보행 수준은 건강한 사람과 유사한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환자가 기계에 의해 제어되는 일은 결코 없으며 보행능력을 높이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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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수술은 아직 임상시험이 완료된 상태는 아니다. 연구팀은 확실한 임상 효과 입증을 위해 새로 6명의 환자를 수술 대상으로 등록했으며, 향후 최소 5년간 방법 개선과 테스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신경학자인 카루네쉬 강글리(Karunesh Ganguly) 교수는 "현재 치료가 어려운 보행 장애를 잠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 수술이 어떻게 더 많은 환자 집단으로 일반화되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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