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과 조달계약 3년 연장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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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퀄컴은 9월 11일(현지시간) 아이폰용 통신 반도체 공급을 3년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2024년~2026년까지이며, 퀄컴은 이 기간 출시되는 아이폰에 5G(5세대) 대응 모뎀칩을 공급하게 된다. 계약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전 계약과 유사한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애플 '반도체 독립선언'...자체 PC 프로세서 개발은 순풍   

애플은 2006년부터 맥 시리즈에 인텔 반도체를 탑재해 왔지만, 맥의 성능 향상이 인텔의 기술개발 속도에 제약을 받게 되면서 자체 설계한 반도체 칩 양산에 매달렸다. 

2020년 6월 맥용 자체 프로세서 계획을 밝혔으며 같은 해 11월 M1 칩을 발표했다. M1은 ▲8코어 중앙처리장치(CPU) ▲8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 ▲머신러닝(ML)에 사용하는 16코어 뉴럴엔진 GPU 코어를 탑재해 속도를 대폭 상향했다. 전력 소모량을 줄여 배터리 구동 시간도 2배로 늘어났다.  

그 이후 애플의 PC 사업은 호조를 보여 왔다. 팀 쿡 애플 CEO는 당시 "M1이 탑재된 맥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놀랍다. 공급 제약 속에서도 매출을 14% 늘릴 수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출시한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신모델에는 자체 프로세서 M 시리즈의 후속작 M2를 탑재했다. 

 M2 탑재 '맥북 에어'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pple
 M2 탑재 '맥북 에어'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pple

M2는 1세대인 M1과 비교해 중앙처리장치(CPU) 처리 성능은 최대 18%,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최대 35% 향상됐다. 또 MI에 비해 25% 많은 200억개 트랜지스터로 구성됐으며, 최대 탑재 가능한 메모리도 24GB까지 늘었다. 

애플에 따르면 M2에 탑재된 CPU는 같은 전력 수준에서 윈도 노트북 반도체와 비교해 약 2배의 성능을 발휘한다. 또, 4분의 1 수준의 전력으로 윈도 PC용 반도체의 최고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들 자체 제품의 처리속도 향상과 배터리 구동시간 연장으로 애플은 부진했던 맥 사업을 되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조사회사 가트너 키타가와 미카코 애널리스트는 "2021년 글로벌 PC 시장의 애플의 점유율은 7.9%, 윈도PC는 81.8%였다. 그러나 2026년에는 애플 점유율이 10.7%로 상승하고 윈도는 80.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통신 반도체 개발은 쉽지 않아 

반면 애플이 수년간 주력해온 아이폰용 통신 모뎀칩 개발 작업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퀄컴과 애플은 특허 사용료를 놓고 오랜 법적 투쟁을 벌이다 2019년 화해한 바 있다. 당시 양사는 장기 특허 라이선스 계약과 공급계약을 맺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Qualcomm

그해 애플은 인텔의 스마트폰 칩 사업부를 10억달러에 인수하고, 직원 2200여 명과 특허자산을 확보했다. 애플은 이후 '탈(脫)인텔'에 이어 '탈퀄컴'을 목표로 해왔다.

지금까지 나온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은 독자적인 무선 주파수와 밀리미터파 2개 대역에 접속 가능한 5G 모뎀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5G 모뎀칩을 위한 독자적인 전력 관리칩(PMIC)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모뎀칩을 개발해 퀄컴에 지불하는 비용을 낮추는 한편, 애플 단말을 위한 SoC와 모뎀을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애플은 하드웨어의 통합 기능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당초 애플은 퀄컴과의 계약을 올해 종료해, 2024년 출시할 아이폰부터 독자 개발 제품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모뎀칩 개발은 2G에서 5G까지 다양한 통신 프로토콜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까다롭다. 

WSJ은 "양사의 계약 연장은 애플의 노력이 아직 결실을 맺지 못했음을 시사한다"며, "통신 반도체는 개발이 매우 어려우며 세계적으로도 퀄컴·대만 미디어텍·삼성전자 등 제조업체가 몇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스위스 UBS 추산에 따르면 퀄컴의 2022년 매출액 442억달러 중 약 21%가 애플에서 발생했다. 퀄컴은 이번 연장으로 2019년 애플과 체결한 특허 라이선스 계약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계약은 2025년 만료되지만, 양사는 2년 연장 옵션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계약에도 애플의 통신 반도체 독립 노력이 이어지는 한, 앞으로 퀄컴의 매출은 점차 하락할 전망이다. 퀄컴도 애플과의 계약 마지막 해인 2026년이면 아이폰에서 퀄컴 통신 반도체의 비중이 2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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