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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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 중국 정부가 해외 기술 의존을 줄이고 사이버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애플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중국 내 복수의 공공기관 직원들이 직장 채팅 그룹 및 회의에서 아이폰 사용을 중단하라는 상사의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에 애플 시가총액은 불과 이틀 만에 약 253조 증발했다. 

◆ 中 공무원 아이폰 금지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아이폰 사용 금지에 나설지는 불분명하고, 서면 형식의 정식 금지 명령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조직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 기관과 국영기업에서도 아이폰 사용 금지령 지침이 나오고 있어, 범위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10년 이상 해외 기술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아이폰 금지령은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응하는 한편,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미국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 이후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아온 화웨이가 최근 자국산 반도체를 탑재해 선보인 최신 스마트폰은 중국 반도체 기술 개발에 중요한 돌파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WSJ은 중국 기업에 대한 제한 미국 조치에 데이터 유출을 내세워 중국 정부가 맞대응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9월 13일 아이폰 15를 포함한 애플 신제품 발표 이벤트를 고려해, 이보다 앞서 아이폰 금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대중 제재 최대 피해자 화웨이의 반격 

화웨이는 8월 30일 사전 예고 없이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Mate 60 Pro)를 공개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Huaw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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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메이트 60 프로는 중국 부품의 비율이 유난히 높다. 특히 이 제품은 중국 시스템반도체 업체 SMIC(중신궈지)의 7nm(나노미터) 반도체 프로세서를 탑재해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화웨이에 대해 '국가 안보상의 위협'을 이유로 엄격한 규제를 해 왔다. 2019년 애플을 능가하는 세계 2위의 출하량을 자랑하기도 한 화웨이지만, 미국 제재 영향으로 지난 3년 동안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했다. 

신제품의 다운로드 속도는 500Mbps로 통상 중국 4G폰의 5배 수준이다. 단말 가격은 960달러부터 시작해, 아이폰 14 프로의 999달러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을 연일 다루며 중국 첨단 기술 개발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  중국發 리스크에 애플 시총 253조 증발 

애플은 매출의 약 5분의 1이 중화권에서 나오고 제조 과정도 중국 현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이번 아이폰 금지령은 애플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3번째로 큰 시장이다. 

증권사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전 공무원에 대한 금지령으로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최대 5% 감소할 수 있다"며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금지령이 자국민에게 국산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이트60 프로에 탑재된 반도체 프로세서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Bloomberg
메이트60 프로에 탑재된 반도체 프로세서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Bloomberg

중국에서 애플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애플 주가는 큰 타격을 받았다. 

7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2.92% 하락한 177.56달러에 마감했다. 9월 6일(-3.6%)과 7일(-2.9%) 이틀 동안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시가총액은 1897억달러(약253조원)이 증발했다. 한때 3조 달러를 넘어선 시총도 2조7760억달러로 떨어졌다. 

애플의 고전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중국에서 최근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 초기 물량은 단 몇 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애플 공급업체이기도 한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업체들도 이번 여파로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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