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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난 몇 년간 애플이 자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은 무성했다. MR이란 현실 공간을 기반으로 가상 정보를 결합해 혼합현실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드디어 베일에 싸인 애플의 MR 헤드셋 출시가 수개월 이내로 임박했다. 하지만 애플 사내에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애플, 'MR 헤드셋' 출시 앞두고 경영진 시연 

2018년경 애플은 차기 주력 제품에 대한 사내 회의를 열었다. 당시 애플 디자인 총괄 책임자였던 조나선 아이브(Jonathan Ive)는 애플 TV 광고처럼 세련된 콘셉트 동영상을 공개하며 회의에 참석한 100명의 애플 임원들을 매료시켰다.

이 동영상은 영국 런던에서 택시를 탄 남성이 증강현실(AR) 헤드셋을 착용하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신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런던에 오지 않을래?"라고 말하며 남성의 시각에서 촬영한 런던 거리 풍경을 AR로 공유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계기로 애플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융합하는 헤드셋이라는 비즈니스 가능성을 찾게 된 것이다.

애플은 MR 헤드셋을 6월에 공개하기 위한 최종 준비에 돌입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약 100명의 애플 임원이 모인 자리에서 제품을 선보였다. 이날 일반적으로 자사 신제품 공개 행사를 진행하는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제품이 공개됐는데, 이는 출시가 임박했음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애플 내부에서 성공에 의구심...이탈 직원도 나와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애플 직원 8명을 인용해 사내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다수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는 MR 헤드셋의 가격 책정(3000달러)과 실용성에 대한 의문, 시장성에 대한 불안에서 기인한다. 

소식통에 의하면 MR 헤드셋 개발 프로젝트의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애플을 떠난 직원도 여럿이다. 또 MR 헤드셋 개발 과정에서 '음성 어시스턴트 시리 탑재' 등을 이유로 개발 진척이 더디자, 이를 이유로 해고된 직원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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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디자인팀에서 강하게 반발하며, 출시 연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MR 헤드셋과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팀 쿡 CEO가 디자이너의 '준비 부족'이라는 경고를 일축하고 출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10년 이상 글로벌 IT업계는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컴퓨팅의 새로운 물결로 VR·AR·MR 등에 주목했다. 그러나 AR 관련 기술은 "구글글래스·매직리프·홀로렌즈·퀘스트 프로까지 실패와 오산, 실망으로 끝났다"고 NYT는 지적했다. 

경쟁사인 메타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가상현실 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노력했고, 2020년 이후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2'를 2000만 대나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메타의 가상현실 비즈니스는 여전히 적자 상태이며, 새로운 VR 헤드셋 보급을 위해 퀘스트프로와 퀘스트2의 판매가를 대폭 인하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애플이 출시할 MR 헤드셋이 '첫해에 50만대 미만'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올해 초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실제로 헤드셋 개발에 참여한 익명의 관계자 인터뷰를 기반으로 애플 MR 헤드셋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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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알루미늄·유리·탄소 섬유로 구성된 애플의 MR 헤드셋은 스키용 고글처럼 생겼다. 또 메타 퀘스트 프로의 수평 106도를 웃도는 수평 120도 시야각을 제공하는 데다 착용자의 동공 간 거리에 맞게 소형 모터로 내부 렌즈의 위치를 자동 조정해, 가능한 최대 시야와 최상의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전면에는 외부 디스플레이가 장착되고 내부 디스플레이는 소니에서 생산한 마이크로 OLED 패널을 탑재해 총 8K 해상도를 제공한다. 안경을 사용하는 사람이 쾌적하게 헤드셋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장착할 수 있는 도수가 들어간 맞춤 렌즈도 제공할 예정이다.

애플은 화상회의나 가상세계 아바타가 헤드셋의 킬러앱이 될 가능성을 보고 있다. 다만 쿡 CEO는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라는 말은 일반인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사용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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