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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자궁 내 태아의 선천성 질환을 확인할 수 있지만, 출생 때까지 치료를 기다리면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희귀 유전병을 가진 태아를 '자궁 속'에 있는 시점부터 치료하기 시작해 출생 후 건강 상태를 보다 양호하게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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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거주하는 소비아 쿠레시(Sobia Qureshi)와 자히드 바시르(Zahid Bashir) 부부는 두 사람이 가진 유전자 변이 때문에 자녀에게 25% 확률로 폼페병이 유전된다. 폼페병은 세포 내 글리코겐(Glycogen) 분해에 필요한 효소가 결핍돼 근육 세포 등에 글리코겐이 축적되는 병이다.

2020년 쿠레시의 자궁에 있는 태아가 산전 진단을 통해 폼페병 진단을 받았다. 앞서 두 아이를 이미 폼페병으로 잃은 부부는 "정말, 정말 무서웠어요"라고 당시 심경을 회상했다.

폼페병은 발병이 느릴수록 중증도가 낮아지지만, 유아기에 발병하면 ▲근력저하 ▲섭식장애 ▲심장비대 ▲호흡부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대부분 생후 1년 이내에 사망한다. 최근에는 발병 전이나 직후부터 필요한 효소를 투여하는 치료를 시작함으로써 폼페병 유아 환자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자궁 내 발달 단계에서 생긴 장기 손상을 막을 수 없어 근력 저하나 호흡기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부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소아과 의사인 티피 매켄지(Tippi MacKenzie)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출생 전 폼페병 태아 치료법' 임상시험에 참가했다. 팬데믹으로 부부가 UCSF까지 갈 수 없어 캐나다 오타와 병원과 온타리오주 동부소아병원 등에서 지시를 받고 태아 치료를 담당했다. 

치료는 모체와 태아를 연결하는 제대 정맥에 폼페병 치료에 사용되는 효소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임신 24주차 무렵부터 시작해 출생까지 격주로 총 6회 효소를 주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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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아이인 아일라 바시르(Ayla Bashir)는 폼페병의 일반적인 증상인 비대한 심근 및 근력 저하 없이 태어났다. 아일라는 출생 후에도 1회 5~6시간 걸리는 효소 주입을 매주 받고 있지만 출생 후 1년 4개월이 지난 2022년 11월 현재까지도 폼페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출산과 아일라 치료를 담당한 오타와 병원의 카렌 펑 키 펑(Karen Fung-Kee-Fung) 박사는 "이번 치료법은 폼페병 손상이 정착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닌, 자궁 내에서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을 담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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