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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러너스하이(runners' high)는 달리기 등 운동을 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과 행복감 등 긍정적 감정을 의미한다. 다리와 팔이 가벼워지고 새로운 힘이 생기는 듯한 러너스하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마치 "하늘을 나는 느낌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러너스하이를 느끼기 위해 필요한 운동에 대해 미국 웨인주립대학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힐러리 마르삭 박사가 호주 비영리 학술 매체 더컨버세이션에 해설했다.

러너스하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주관적인 감정이지만, 운동으로 인한 체내 화학 물질 변화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년간 러너스하이의 원인으로 여겨진 것은 유산소 운동으로 분비된 엔돌핀이다. 

엔돌핀은 진통작용 및 도취작용을 초래하는 오피오이드(Opioid)의 일종이며, 신체를 이완시켜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보고됐다. 하지만 엔돌핀은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할 수 없어, 러너스하이와의 연관성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엔돌핀이 아닌 '엔도칸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라는 다른 물질군이 러너스하이의 발생원이라는 설이 유력해지고 있다. 엔도칸나비노이드는 대마초 유효성분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을 비롯한 칸나비노이드와 유사하며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엔도칸나비노이드는 우리 몸이 생성하는 온화한 향정신 작용이기 때문에, 대마로 인해 나타나는 의식상태와는 다른 행복감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다.  

러너스하이와 엔도칸나비노이드의 관계를 조사한 2021년 연구에서는 실험 참여자의 오피오이드수용체(opioid receptor)를 약물로 차단해 엔돌핀이 작용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참여자가 운동 후 행복감이나 통증 경감을 느꼈다. 이는 엔돌핀이 러너스하이의 원인 물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반면 칸나비노이드수용체를 차단해 엔도칸나비노이드가 작용하지 않은 실험 참여자군에서는 운동에 의한 행복감 및 통증 경감 효과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웨인주립대학 연구팀은 새롭게 엔도칸나비노이드와 운동의 연관성을 조사한 33개의 기존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을 진행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30분 달리기와 사이클링 등의 '단기 운동'과 10주간 달리기와 웨이트 리프팅 프로그램 등 '장기 운동'의 효과를 비교하는 한편, 운동 종류나 강도가 엔도칸나비노이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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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연구팀은 단기 운동이 일관되게 엔도칸나비노이드를 증가시키고, 특히 엔도칸나비노이드 일종인 아난다미드(Anandamide)에서 일관된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운동에 의한 엔도칸나비노이드 분비는 러닝·수영·웨이트리프팅 등 운동 종류나 개인의 건강 상태로는 좌우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동 강도 및 지속시간과 엔도칸나비노이드 분비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사이클링이나 런닝과 같은 적당한 강도의 운동은 경사가 느슨한 장소를 걷거나 천천히 걷는 저강도 운동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론적으로 이는 심박수 상승이 엔도칸나비노이드 분비에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러너스하이의 완전한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연령별 최대 심박수 70~80% 강도로 적어도 30분간 운동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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