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덕분 찬사 필요 없어…진료는 의료진에 맡기고 행정지원이나 제대로…”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전 세계 마스크 착용률과 개인위생(손 씻기 등) 1등 국민이지만 바이러스의 정체조차 모르는데 숫자(확진자) 늘어나면 국민 탓, 숫자 줄어들면 K-방역 덕분이라는 선전 좀 그만하시고 조속한 백신 도입과 신속한 의료체계 재구축이 없으면 몇 백, 몇 십만원 긴급지원금으로 감당하지 못할 사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현직 의사)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현재 추세라면 1000명 확진은 시간 문제”라고 예견했던 방역 당국의 전망은 벗어나지 않았다. 하룻새 신규 확진자 1030명,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지난 3월 이후 역대 최다 수치를 경신했다.

얼마 전까지 K-방역이 우수하다는 전 세계 언론의 반응을 인용하며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았던 정부, 여행·외식쿠폰을 남발하며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종용했던 문재인 정부가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K-방역이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초강수에도 확진자는 지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의 지속적인 자제 호소에도 개신교 종교 집단은 이를 조롱이라도 하는 듯 깜깜이 대면 예배와 기도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한 명의 회원이라도 모집하기 위한 건강보조식품 방문판매 영업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확진자를 양산하고 있으며 지자체 단체와 이장, 통장들의 개념을 상실한 연수 목적의 단체 여행도 지역 확산세에 부채질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신규 확진자 탓에 코로나 지정 병원은 물론 전국의 대체 병원 역시 병실 부족 현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 창궐 1년이 되도록 코로나 방역 최전방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피로감은 이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방역 최일선에서 방역과 사투를 펼치고 있지만 휴식은 물론 급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의료진들도 속출하면서 현장을 떠나는 의료진도 늘어나 이대로라면 의료체계 붕괴도 시간문제다.

이에 대해 일선 의료진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걱정했던 사태가 현실이 됐다. 지금은 방역도, 역학조사도, 증상도 소용없고 무증상 양성환자를 어찌 감별해낼지 기존의 타 위중증 환자와 코로나 환자를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의료인력을 어찌 배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국가 위기”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의사는 또 “정치인들은 제발 싸움만 하지 마시고 표심도 의식하지 마시고 ‘의료진 덕분입니다’ 이런 격려 인사는 하지 않으셔도 되니 코로나 방역에서 고생하고 희생해도 월급은커녕 빚더미에 앉은 병원 의사와 간호사 다 떠나가는 걱정하지 않고 환자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신속히 예산 지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는 병실 문제와 인력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권역마다 준종합병원급 이상을 정부에서 서둘러 임대해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대체하고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전문의로는 부족한 만큼 모든 과에서 코로나 전담치료 의사를 차출해 동산병원 사례처럼 슈퍼바이저 의사의 지휘·감독하에 전시 야전병원처럼 체계전환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치료는 전적으로 의료진에게 맡겨주시고 행정적인 지원만 신속하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연일 확진자 수 만명씩 쏟아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할 때 안정적인 수치를 이어오던 국내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불과 1~2주 사이 증가세를 보이다 13일 하룻만에 1000명을 돌파하며 그동안 강조했던 우수한 K-방역이 무너졌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당초 300명 수준에서 오르내리던 확진자가 500~700명에 이르면서 이런 추세라면 1000명 확진은 시간 문제라던 예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이후 불과 3일 만에 찾아오면서 이러다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할 수 있다는 비극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의학 전문가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이 불가피하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추가 격상에 대해 신중론을 앞세운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실제로 103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0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높이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상황은 심각하지만 3단계로 격상할 경우 소상공인과 자영자들의 생존권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만큼 사태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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