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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하루에도 수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보기 위해서 병원을 향한다. 사실 한국에서 의사들이 갖는 권위가 상당하고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정보 격차도 크기 때문에 의료사고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의료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상황이 어떨까? 단도직입적으로 일본 역시 국내와 별반 상황은 다르지 않다. 

◆ 일본, 의료 사고로 인한 형사 책임 드물어 

일본에서는 의료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환자안전법과 유사한 '의료사고조사 제도'를 도입, 2015년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환자가 사망한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 스스로 원인을 조사하고 제3자 기관에 보고 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조사는 의료기관의 관리자(원장)가 환자의 사망을 '예기치 못했다'라고 판단한 경우, 유가족에 설명한 뒤 제3자기관의 '의료사고조사 및 지원센터'에 신고, 조사가 이루어진다. 

조사비용은 원칙적으로 의료기관이 부담하고, 객관성을 잃는 것을 경계해 지역 의사회 등 전문가를 파견해 조사 과정에 참여토록 한다. 조사를 마치면 의료기관은 보고서를 센터에 제출하고 센터는 보고서를 분석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신고가 의료기관의 판단에 달려있고, 원내조사의 비용부담을 꺼리는 병원이 사고를 신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제3자기관의 인력부족 등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일본 타나베 종합 법률 사무소

게다가 일본 역시 국내와 마찬가지로 명백한 의료과실일 때에만 법적 처벌이 적용되는 분위기다. 의료과오에 대한 법적책임으로 형사 입건되는 경우는 극히 적다. 일본에도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있지만 형사 소송 자체가 매우 드믈고, 명백한 의료과실 상황에서만 검사가 기소를 한다. 

형사소송으로 이어진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의료 사고는 요코하마시립대병원 환자 오인 사건이다. 환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심장수술과 폐수술을 바꿔서 진행한 사고로, 간호사·수술 집도의·마취과 의사  등이 연루됐다. 

일본에서 큰 논란이 된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의료 행위에서 환자를 확인한 것은 의료기관의 초보적이고 기본적인 주의의무"라며 관련자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오면서 의료과실 사건이 형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건수가 증가했고, 이후 의료사고조사·제도 도입으로 이어졌다. 

◆ 의료 사고 조사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 

지난 9월 11일 일본 토야마 대학 부속병원은 2018년 뇌 수술에서 발생한 의료 사고로 환자의 손발 마비 등의 후유증을 초래했다고 밝히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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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남성의 만성경막하혈종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은 실수로 환자 뇌혈관에 상처를 입혔다. 이후 환자는 의식 장애 및 손방 마비 증상을 보였고 그 후 오연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병원 측은 조사를 통해 남성 환자의 증상이 수술에 의한 것이며, 수술 전 검토 등에 과실이 있었다고 2년 8개월 만에 인정했다.     

일본의 의료사고조사 제도는 10월이면 시행 5년을 맞는다. 일본에서는 과거 의료사고를 당한 유족들로 구성된 단체가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지난 11일 운용 개선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후생노동성에 제출했다.

의료사고조사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HK 

유족들은 요청서에서 의료기관 측이 환자 사망이 합병증이 원인이라며 조사에 강하게 반발한 사례와 조사 자체를 거부한 경우 등 구체적인 사례 등을 들어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태를 지적했다. 

아울러 '의료사고조사·지원센터'가 유가족 상담이 있을 때 의료 기관에 조사를 권장하거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센터가 독자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운영 개선과 제도 개혁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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