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마시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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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수면 활동은 우리의 신체가 회복하는 시간으로 건강에 필수적이지만 세계 인구의 10~30%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잘 수 있는 적절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습관성 불면 또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가 바로 ‘불면증’이다. 잠이 개인의 내밀한 활동의 영역이듯, 불면증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불면 자체만으로도 매우 힘든 질환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에세이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마시멜로, 2022)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영국 작가 마리나 벤저민이 집필한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은 제목 그대로 불면증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불면증 해소 방법 같은 병리학적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실제 잠에 빠지지 못한 수많은 날이 작가를 불면증 연구로 이끈 걸까? 에디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논픽션 주제의 글과 책을 발표해 온 작가는 감각적인 글솜씨로 문학·미술·신화학·역사학·심리학·정신분석학·사회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면과 수면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독자에 따라서는 마치 불면증에 대한 스크랩북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불면증을 다룬 책은 다양하지만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의 가장 큰 특징은 고통과 결핍을 무겁지 않은 이야기로 담아냈다는 점, 그리고 이 부분이 결국은 위로와 공감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는 점일 것이다. 

불면증에 대해 글을 쓰고 있으니 내가 불면증 전문가라도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들어본 적 없는 불면증 관련 팁은 없는 데다 먹어보지 않은 약이 없고 시도해보지 않은 수면 유도법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가장 괴롭히는 건 불면증의 수학적 측면이다. 모든 불면증 환자는 자신의 결함에서 비롯된 자기 연민의 기록으로 머릿속에 수면 장부를 만들어두고 불면증이 앗아간 수면 시간과 실제로 잠들었던 시간을 끊임없이 셈해 장부에 기록해둔다. 결국 우리 같은 불면증 환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집합명사는 적분일지도 모른다. (3장 본문 내용 中)

붙잡으려 애쓰면 애쓸수록 더 멀리 달아나 버리는 잠. 책을 읽으면 저자가 그간 무수히 지새운 밤이 머리에 그려진다. 불면증을 겪었거나 현재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마리나 벤저민이 실제 경험으로 건네는 수다에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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