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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친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거나 저명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기분이 우울해지고 컨디션이 악화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동료의 죽음을 지각하고 반응하는 현상은 사람 이외의 동물에서도 볼 수 있다. 곤충 중에는 동료 사체를 둥지에서 운반하는 습성을 가진 종이 있으며 코끼리·까마귀·영장류 등도 동료 죽음에 반응해 행동에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초파리는 동료 사체를 보면 노화가 빨라져 수명이 30% 가까이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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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건대 분자생물학자 크리스트 겐드론(Christ Gendron) 박사와 스콧 플레처(Scott Pletcher) 박사 연구팀은 2019년 연구에서 "노랑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는 동료 사체를 지각하면 행동 변화나 체지방률 감소 등의 변화가 생겨 노화가 빨라지고 일찍 죽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당시 연구에서는 노랑초파리의 '동료가 죽었다'는 지각이 어떤 과정을 통해 몸에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불분명했다.

이에 연구팀은 뇌 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5-HT) 수용체인 5-HT2A에 주목해, 어떤 5-HT2A 신경세포가 '죽음의 지각'이 가져올 물리적 영향에 관여하는지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노랑초파리 뇌에 형광 단백질을 주입해 활성화된 부위를 특정할 수 있도록 한 뒤 동종 사체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일반 초파리는 60일 이상 생존한 반면, 사체에 48시간 이상 노출됐던 초파리는 생존 기간이 45일에 불과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체에 노출돼 이를 지각한 노랑초파리는 뇌 중심부 '타원체'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PLOS Biology

이후 타원체 구성 신경세포를 분석해, 'R2'와 'R4'라는 두 종류가 사체 지각에 따른 노화 현상에 관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 해당 신경세포가 인공적으로 활성화되면 건강한 노랑초파리도 동료 사체를 직접 보지 않아도 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R2'와 'R4' 신경세포가 인슐린 관련 신호에 영향을 미쳐 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인슐린 관련 생체 경로는 사람을 포함해 여러 동물의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겐드론 박사는 "이번 실험은 어디까지나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사람과 초파리의 뇌는 크게 다르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해 논할 수는 없다"면서도 "죽음의 지각이 영향을 미치는 신경회로를 이해하는 것은 사람을 포함한 개체의 동종 감각체험이나 기타 감각체험을 이해하는 향후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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