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직원 충성도 높을수록 관리직의 착취 경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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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기업이나 조직에 있어서 '성실한 직원'은 필요한 존재이며, 근로자 측도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보임으로써 승진이나 연봉에서 우대를 받을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서 "충실한 직원은 관리직에 의해 무보수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착취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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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듀크대 박사연구원 매튜 스탠리(Matthew Stanley)와 크리스 넥(Chris Neck) 애리조나대 교수 등 연구팀은 관리직이 충실한 직원을 착취적 관행의 표적으로 삼는지 알아보기 위해 온라인에서 약 1400명의 관리직을 모집했다.

그 후 '존'이라는 가상의 29세 직원 추천서를 작성했다. 연구팀이 만든 존의 추천서는 하나가 아니라 평판·성격·기타 배경 등 여러 차이를 두었다. 

실험에 참가한 관리직에게 존의 추천서를 건낸 후, "경영 상태가 넉넉하지 않은 회사의 관리직으로서 추가 시간과 책임을 요구받는 추가적인 작업을 보상 없이 존에게 할당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존의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성했든 추천서 내용에 '존은 충실한 직원이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면, 관리직은 존에게 쉽게 무보수로 업무를 요청하는 경향을 보였다. 

관리직은 '충실하지 않은 존'보다 '충실한 존'을 무보수 잔업에 더 투입했다. 아울러 '정직함이나 공평함'과 같은 이점을 어필하는 추천서보다 '충실함'을 칭찬하는 추천서가 존에게 무급의 일을 할당할 의욕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관리직은 추천서에 '존은 추가적인 업무나 책임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기재된 경우, '존은 추가적인 업무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적힌 경우보다 "존이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스탠리 박사는 "이는 악순환이다"라며 "충실한 직원은 착취당하기 쉽고, 실제로 착취를 당하면 충실한 직원이라는 평가가 올라가, 미래의 착취 대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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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직은 추가 업무를 할당할 때, 직원에게 '요구'가 아닌 '부탁' 형태로 요청을 하면 이를 착취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관리직은 직원의 급여나 건강보험과 같은 중요한 자원에 대한 접근을 제어할 수 있고, 관리직와의 권력 차이로 직원은 무보수 업무를 부탁받아도 거절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관리직이 충실한 직원을 더 많이 착취하는 이유 중 하나는 회사에 충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희생이 뒤따른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리직 중에는 자신의 행위를 착취로 여기지 않고 정상적인 관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며, 이는 관리직이 '윤리적 맹목'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다만, 연구팀은 "충실한 것은 긍정적 성격 특성 중 하나다. 이번 연구 결과가 일에 대한 헌신을 포기하거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도록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충성스러운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대우하고 있다. 이것은 정말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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