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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세계 최고봉으로 알려진 에베레스트는 매년 많은 산악인이 찾고 있으며, 혹독한 환경에도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다. 

새로운 연구에서 에베레스트 산 정상과 가까운 해발 약 8000m 지점에도 사람이 남기고 간 세균이 죽지 않고 언 상태로 보존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인 '남·북극 및 알프스 연구'(Arctic, Antarctic, and Alpine Research)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rctic, Antarctic, and Alpine Research

연간 수백 명의 산악인이 해발 8848m의 에베레스트를 찾는다. 등산로에는 과거 등반객이 남긴 표식과 등산용 로프가 남아 있고, 조난을 당한 산악인의 얼어붙은 시신 등도 존재한다.

해발고도와 미생물 서식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 콜로라도 대학 등 연구팀은 네팔 측 루트의 최종 캠프지인 해발고도 약 7900m 지점 '사우스콜'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을 분석했다. 사우스콜은 강풍으로 적설이 거의 없지만 기온이 –33도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 기압은 해발 0미터 지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유전자 시퀀스 기술과 배양 기술을 통해 샘플 안에 존재하는 미생물 DNA를 생사를 불문하고 특정했다. 또 DNA 배열의 광범위한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석을 바탕으로 미생물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샘플에 가장 풍부하게 포함된 미생물은 극단적인 추위와 자외선을 견딜 수 있는 나가니시아(Naganishia) 속(屬) 균류로 확인됐다. 하지만 피부나 코에 가장 흔한 세균 일종인 포도상구균과 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쇄상구균 등 사람과 밀접하게 관련된 미생물 DNA도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고지의 강한 자외선·저온·희박한 물 등의 요인은 미생물의 생존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포도상구균과 연쇄상구균 일부는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있는 휴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과거에도 안데스산맥·히말라야산맥·남극 등의 토양 샘플을 조사해 왔는데, 입이나 코 등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자라는 특정 미생물이 사우스콜처럼 혹독한 환경에서 휴면기를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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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공저자이자 콜로라도대 진화생물학 교수인 스티븐 슈미트(Steven K. Schmidt)는 "에베레스트산만큼 고도가 높은 곳에서도 사람의 흔적은 동결된 채 존재한다"며 "해당 미생물들은 사람이 코를 풀거나 기침을 할 때 볼 수 있는 종류"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에베레스트 평균기온이 10년 만에 약 0.33도 상승했으며 2022년 7월에는 사우스콜 관측 사상 최고기온인 –1.4도를 기록했다. 

미국 과학 매체인 사이언스 얼럿(Science Alert)은 "온난화로 인해 현재는 사우스콜에서 활동하지 않는 미생물이 미래에 활동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미생물은 활동 상태가 아니어서 에베레스트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고산지대의 기후변화 영향이 큰 만큼 언젠가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미래 우주 탐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행성이나 위성(달)에서 생명체를 발견할 수도 있는데 이때 지구 생명이 다른 행성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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