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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터넷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타인과 연결이 가능해진 세상이지만, 그 한편으로 친구 감소나 사회적 고립 등의 주제가 빈번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희박한 인간관계는 '사회적 침체'(Social Recession·소셜 리세션)라고도 불린다.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안톤 스테판 세발로(Anton Stjepan Cebalo) 박사가 그래프를 이용해 사회적 침체의 현황과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에 대해 정리했다. 

◆ 사회활동 참여

저명한 정치학자인 로버트 퍼트남(Robert D. Putnam) 박사가 2000년에 발표한 베스트셀러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에서 분석한 것처럼 1950년대 이후 미국에서 종교·자원봉사·스포츠·취미 클럽과 같은 단체의 참가자가 감소하고 공동체는 쇠퇴해 왔다. 

아래는 퍼트남 박사가 저서에서도 다룬 '교회 신도 수'에 대해 조사회사 갤럽이 2021년에 발표한 비교적 최근 그래프다. '나 홀로 볼링'이 간행된 시점에는 미국 성인의 70%가 종교 모임에 속해 있었지만 2020년에는 47%로 과반 아래로 떨어졌다.

2000년 시점에는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비율이나 사용시간이 현대보다 크게 적었다.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7시간 이상을 인터넷 접속 활동에 소비하고 있으며 31%는 '거의 항상 온라인' 상태라고 응답했다. 퍼트남 박사가 연구하던 당시보다 종교 활동하나만 보더라도 현대의 사회활동이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우정

사회적 침체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지표 중 하나가 '우정'이다. 세발로 박사는 "과거 수십년간 친구와의 연결고리가 급속히 감소해, 친구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한 친구가 전혀 없다'고 답한 미국인은 12%에 달해 1990년의 4배로 급증했다. 

친한 친구가 있는지를 알아본 조사에서는 1990년에는 75%가 있다고 했지만, 2021년 조사에서는 59%만이 있다고 답했다.

1980년대~1990년대 중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2019년 조사에서는 '친구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2%였고, '친한 친구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30%에 달했다. 이 조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팬데믹 이후 한층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 인생의 이정표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다양한 '인생의 이정표'를 경험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아래는 1976년~2016년에 걸쳐 미국 젊은이들의 활동을 분석한 2017년 연구 결과를 알기 쉽게 그래프로 만든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연령의 젊은이가 특정 이벤트를 경험한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왼쪽부터 '운전면허증 취득', '음주', '데이트', '급여 수령'의 순이다. 1994년과 비교해 2014년의 경험자 비율이 크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동일한 논문에서 소개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부모 동반 없이 외출하는 빈도'에 대한 그래프를 보면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고등학교 3학년 모두 혼자 외출하는 빈도가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미국 시카고대가 실시하고 있는 종합적 사회조사에 따르면 30세 이하의 사람들이 '18세 이후 성적 파트너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녀 모두 증가 추세를 보인다. 

다양한 경험의 감소 추세가 반드시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령별 우울증 비율을 나타낸 아래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것는 것은 명확하다고 세발로 박사는 주장했다. 

◆ 신뢰

세발로 박사는 다양한 사회성의 구성 요소로 '신뢰'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과거 50년간 미국 사회에서 상호 신뢰가 상실된 것이 '사회적 침체'의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아래는 갤럽이 조사한 미국 기관에 대한 신뢰도 결과를 그래프로 정리한 것이다. 1979년에는 40%를 넘던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2022년에는 27%까지 하락했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대중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다. 1970년대 미국인 과반수가 '매우 신뢰할 수 있다/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2010년대는 과반수가 '거의 신뢰할 수 없다/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아래 그래프는 갤랩 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녹색선이 '입법부를 신뢰하는 사람의 비율', 청색선이 '미국인을 신뢰하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낸다. 두 지표 모두 빠르게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세발로 박사는 "신뢰는 모든 사회의 접착제이며, 정권 붕괴는 신뢰 결여가 그 원인이다.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 저하는 타인에 대한 신뢰의 저하로도 이어진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황을 인정하고 사회적 교류를 염두에 둔 인터넷 인프라의 재고가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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