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세포, AI 보다 빠른 속도로 게임 룰 습득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Cortical Labs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호주와 영국 공동연구팀이 페트리접시 안에서 배양한 인간 뇌세포에 탁구 게임 '퐁(PONG)' 1인용 모드를 플레이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사전출판 논문집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bioRxiv

사람 뇌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만든 원시적 뇌조직 '뇌 오가노이드(뇌 유사 장기체)'는 뇌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와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되고 있다. 

앞선 연구에서는 콩알 크기의 뇌 오가노이드에서 태아와 같은 뇌파가 검출된 사례가 있으며, 독일 연구팀은 초보적인 눈 구조를 갖춘 미니 뇌를 배양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생명공학과 공학을 융합시키는 합성 생물학 관련 개발 업체인 '호주 코타컬랩스(Cortical Labs)' 소속 연구팀은 SF소설에 머물렀던 생물학적 인공지능(Synthetic biological intelligence:SBI)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뇌세포를 배양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의 뇌 배아에서 추출한 초기 피질 세포와 인간의 유도만능 줄기세포(iPS)를 분화시켜 생성한 뇌세포를 통해 뇌와 기계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접시뇌(DishBrain)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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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100만개의 뇌세포로 구성된 접시뇌 시스템에 퐁 1인용 모드를 플레이시킨 결과, 불과 5분 만에 게임 방법을 배웠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게임 학습은 미세전극판 위에서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전극판 좌우 전기 신호로 공의 위치를, 거리는 주파수 변화로 표시했다. 미니 뇌의 뉴런은 마치 스스로가 공을 처리하는 패들인 것처럼 신호를 보내면서 게임 방법을 점차 익혀 나갔다. 

연구팀은 "미니 뇌가 특정 임무 수행에 성공한 것은 최초"라면서 "현행 AI가 같은 내용을 학습하려면 약 90분이 걸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접시뇌 시스템'이 퐁을 플레이하는 모습은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가 연구팀이 개발한 접시뇌 시스템이다. 뇌세포는 다른 뇌세포를 자극하거나 다른 뇌세포의 자극을 인식할 수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Cortical Labs

실험 결과, 뇌접시 시스템은 인공지능보다 게임 실력이 뛰어나지는 못했지만 10회 이상의 랠리만으로 게임 방법을 파악했다. 반면 AI가 퐁을 학습하는 데 걸린 랠리 수는 5000회에 달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코타컬랩스 최고과학책임자(CSO) 브레트 게이건(Brett Kagan) 박사는 "뇌가 퐁을 하면서 패들을 움직일 때 '그'는 자신을 패들이라고 생각한다. '사이보그 두뇌'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이 뇌는 마치 영화 '매트릭스' 속 가상 세계에 살아있는 것과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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