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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알츠하이머병은 2050년까지 미국에서만 1380만 명이 발병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시도는 예외 없이 실패로 끝났다. 일라이 릴리, 화이자, 머그, 존슨앤존슨, 로슈 등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오랜 시간 개발하고 동물시험과 소규모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난 6월 미식품의약국(FDA)이 조건부 승인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상품명:ADUHELM)'은 안전성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와 폐동맥 고혈압치료제 레바티오에 포함된 '실데나필' 성분이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69%까지 낮출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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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페이슝 쳉(Feixiong Cheng) 박사 연구팀은 다양한 목적의 의약품 데이터베이스와 의약품 복용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의약품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우선 FDA가 승인한 1600종의 의약품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어떤 의약품이 알츠하이머병에 효과가 있는지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성이 높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모두에 작용하는 약물인 '실데나필'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방대한 의약품 가운데 주로 심혈관계 치료제들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14종의 심혈관계 치료제 가운데 비아그라의 실데나필 성분이 효과가 가장 높다는 예측이 나왔다. 

쳉 박사는 "비임상 모델로 인지력과 기억력을 대폭 개선하는 것으로 밝혀진 실데나필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도 가장 유망한 후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실데나필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다음으로 700여만명의 의료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실데나필 사용자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조사했다. 

방대한 환자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실데나필을 사용한 사람은 비사용자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이 69%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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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명의 진료기록에서도 해당 성분을 복용한 사람들이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에 훨씬 덜 걸리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특히 관상동맥 질환·고혈압·2형 당뇨병 등 치매 위험과 연관이 있는 기저질환의 발병 여부에 상관없이 실데나필을 사용하면 치매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데나필 외에도 고혈압치료제 로사르탄,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혈당강하제 글리메리피드, 혈관확장제 딜티아젬 사용자와 비사용자의 치매 발생률도 비교 분석했지만 실데나필만큼 효과를 보이지는 않았다. 

쳉 박사는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실데나필(비아그라) 사용과 알츠하이머병 발병률 저하 사이에 연관이 있음을 보여줄 뿐이며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실데나필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유망할 것으로 보고 이미 FDA가 인증한 실데나필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실데나필의 구체적인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를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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