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아시다시피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진화된 인공지능은 인류의 존엄성은 물론 생활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만큼 유럽연합의 이번 윤리지침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보일지 의문입니다.” (A대학 사회정책학과 교수)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주체성 보장 및 안전성, 여기에 인간의 데이터 통제권 보장 등을 강조한 이른바 ‘AI 윤리지침’을 발표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인간의 주체성 보장 ▲안전성과 정확성 ▲사생활 보호와 인간의 데이터 통제권 보장 ▲투명성 ▲다양성과 비(非)차별성, 공정성 ▲환경적 및 사회적 행복 ▲책임성 등 7가지 조건을 제시하면서 “인공진능은 사람의 자율성을 짓밟아서는 안되며 인공지능은 안전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윤리지침을 권고했다.

인간의 편리성과 미래 시대 인간이 추구해야 할 생활 등 모든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없고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수집된 정보 등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야 하고 이는 연령과 성별, 인종에 상관없이 인간이 우선되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가 강조된 내용이다.

이번에 발표한 인공지능 윤리지침은 기술 전문가 52명의 자문을 통해 제정됐으며 현재 법적 구속력은 발효되지 않았지만 이를 기반으로 향후 법제화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주체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등 내용이 담긴 이번 윤리지침 발표를 바라보는 각 국가적 시각은 서로 다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번 윤리지침이 추상적이거나 객관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의 역할에 대한 국가마다 기준이 다른 만큼 EC가 공개한 7가지 윤리지침이 과연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는 국가마다 인공지능의 역할과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보(안내)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감정과 인격이 존재하지 않는 인공지능, 특히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인간이 실생활에서 상용화하고 있는 모바일 등에 장착된 인공지능은 인간의 주체성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반면 인간의 두뇌에 맞먹는 알파고나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로봇인 ‘소피아’, 그리고 인류의 멸망을 강조했던 인공지능 채팅봇 ‘테이’와 같은 진화된 인공지능은 EC가 강조한 윤리지침 사항에서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인공지능의 고도화된 기술 발달은 단순히 인간이 프로그래밍화 한 인공지능이 아닌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분석하고 사고 할 수 있는 고도화된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개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C가 강조한 7가지의 윤리지침은 단순히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등을 인공지능이 침해할 수 없고 이를 통해 인간의 인권과 자율성을 공격하는 것에 규제를 주겠다는 것 외에 법적 효력은 기대할 수 없다.

로봇 연구회 ‘로봇과 사람’ 최성욱 대표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인격을 동일하게 갖출 수 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여부”라면서 “가장 큰 문제는 당장 의료계에서 치료 행위 등을 보조하는 인공지능에게 법률상 책임 주체로서의 ‘인격’을 부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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