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나요? 이 말의 의미를 찾아 봤습니다.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어울린다.’는 뜻이더군요.

이 ‘초록은 동색’과 같은 사람들이 여의도 1번지 앞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바탕 개그 쇼를 펼쳐보였습니다.

20대 국회 시작에 앞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 지도부가 내키지도 않는 퍼포먼스式 ‘협치(協治)’는 삶아 먹었는지 온데간데없이 대신 실명을 거론하며 막말을 토해내기 바쁜 말 그대로 ‘삼류 개그 쇼’로 전락했다 할 수 있습니다.

기사로 표현하기도 낯부끄러운 우리 정치의 현주소의 이 같은 작태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눈뜨고는 당최 볼 수 없는 유치찬란한 이 정치판을 앞으로 4년간 지켜봐야 할 국민들은 그저 답답할 지경입니다,

지난 5일 열린 20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에서 국민들은 국회TV판 개그콘서트를 관람했습니다. 고성과 삿대질, 동료 의원에 대한 인신공격도 모자라 해당 의원의 지역민들을 겨냥한 지적행위까지 구태(舊態)정치의 회귀(回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날 열린 대정부질문의 최대 백미(白眉)는 최근 ‘리베이트 사건’ 중심에 선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의 속사포 질의였습니다. 작심이나 한 듯 질의에 나선 김 의원은 답변자로 나선 황교안 국무총리를 향해 지역 편중 인사 문제를 제기하며 기다렸다는 듯 날카로운 비난의 화살을 퍼부어댔습니다.

잘못된 인사, 낙하산 인사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김 의원의 비수와 같은 질문이 쏟아지면서 정부를 대변하고 나선 새누리당 의원들의 항의성 목소리에 예민해진 김 의원, 이내 막장 코미디 극을 연출하게 됐습니다.

“새누리당은 총리실 부하직원이냐 국회의원이냐 가만히 계셔라”를 비롯해 항의에 나선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을 향해 “대전 시민들이 보고 있다 대전 사람들은 다음부터 저런 사람 좀 뽑지 말아 달라”는 등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20대 첫 대정부질문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여야 의원들의 상대를 향한 비방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결국 사회를 보던 박주선 부의장은 정회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협치를 강조하고 나선 20대 국회의 첫 대정부질문은 그렇게 파행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이날 국회에서 정치집단의 지루하고 철없는 설전을 지켜 본 기자의 귀에는 이런 말이 들렸습니다. “진정해달라. 품위를 지켜달라” 이 한심한 정치집단의 싸움판을 진정시키려 누군가 사전적 의미의 ‘명사’ 품위(品位)라는 단어를 들먹거렸습니다. ‘품위’라니…도대체 이 난전(亂廛)속 어디에 기품과 위엄을 갖춘 인사가 있다고 감히 ‘품위’를 내뱉을 수 있는지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품위’라는 것, 함부로 쓰는 말이 아닙니다. 적어도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도 ‘협치’를 강조한 20대 정치집단의 세치 혀에서 쏟아져 나온 무수한 ‘허언(虛言)’의 입자들이 국회 허공을 떠돌고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결코 ‘품위’라는 단어를 쉽게 던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직 ‘국민의 편’, ‘새 정치’를 읊조리던 제3당 국민의당이 광고제작사로부터 푼돈을 뜯어 먹은 혐의 즉, ‘리베이트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당연히 부끄럽겠지요. 어떻게 하든 국민들로부터 이미지 세탁을 하고 싶은 마음에 오버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이에 기죽지 않고 치부 가득한 정부를 감싸려 들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무질서한 대정부질문을 지켜보는 자세도 막말을 토해낸 김동철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의 첫 리드문을 ‘초록은 동색’이라고 한 것입니다. 도대체 뭘 잘한 게 있다고 말이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파안대소(破顔大笑)’라는 한자성어가 있는데요. 이 글을 있는 그대로 풀이하면 “얼굴이 찢어질 정도로 크게 웃는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뜩이나 삶이 팍팍하여 얼굴 찡그리는 국민들이 많은데, 이번 20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보여준 초록은 동색과 같은?정치집단의 몸개그 덕분에 국민들이 한바탕 웃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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