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정훈 기자] 국제 유가 상승에 기대감을 모았던 카타르 도하 산유량 동결 합의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변심으로 막판에 깨지면서 유가가 다시 폭락세를 보였다.


17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8개국은 카타르 도하에 모여 원유 생산량을 지난 1월 수준으로 10월까지 동결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사우디가 이란을 구실로 감산 계획을 거부하면서 합의가 결렬됐다.


합의 불발의 중심에는 사우디 국왕의 아들이자 세계 최대 석유 회사 아람코의 최고위원회 의장인 모하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자가 있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아버지인 살만 국왕이 왕위에 오른 이후 최고 요직인 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과 국방장관을 겸직하며 실세로 떠올랐다.


알 사우드 왕자는 회의 전날 블룸버그통신에 “이란이 참여하지 않으면 산유량 동결은 이뤄질 수 없다”면서 “사우디는 당장이라도 하루 100만배럴 증산이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놨다.


왕자의 강경 태도가 합의 불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왕자가 이같은 태도를 보이기 전만해도 이란 동참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도하 회의에서 생산량 동결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 바 있다.


합의 결렬은 유가 재폭락을 이끌었다. 합의 실패 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뉴욕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장중 6.7%까지 하락해 배럴당 40달러선이 또 다시 붕괴됐다.


현재 국제 석유 시장 점유율을 놓고 사우디와 이란 간 신경전이 치킨 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란은 핵협상 타결 이후 석유 생산량을 늘려 서방의 제재조치 이전 수준으로 시장점유율을 되찾으려고 한다.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감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번 회의에도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이에 사우디는 이란을 포함한 모든 OPEC 회원국들이 산유량 감산에 합의해야 한다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위키백과>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