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2일 39번째 마지막 주자로 단상에 오른 이종걸 원내대표를 끝으로 필리버스터는 아쉽게 종료됐습니다.

이 9일간의 여정은 퇴보하던 한국의 정치와 후진정치에 실망했던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강한 결집력의 동력으로 태동하고 있습니다.

비뚤어진 정권과 그 정권에 과잉 충성하는 정치집단의 빗나간 법안이 얼마나 국민들을 위협할 수 있는지 몸으로 보여줬던 39명의 야당 의원들을 보며 그간 실망스럽던 한국 정치에 등을 돌렸던 국민, 특히 젊은 세대의 가슴은 강하게 요동쳤습니다.

국제적 안보를 위협하며 쏘아올린 북한의 미사일(인공위성)한방에 국가비상사태를 강조한 대통령과 그 대통령의 심기를 달래기 위해 마련된 테러방지법의 실체는 국가 정보원의 권한을 보다 더 높이고 국민을 감시하는 고도화된 악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국민들의 반응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와 여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 말도 안되는 법에 맞서기 위해 통증 가득한 다리와 허리를 부여잡고 테러방지법의 무서운 진실을 알리려 애쓴 야당 의원들에게 곳곳에서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면서 자신들이 발의한 이 법을 방해 한다며 여당 의원들은 “총선을 염두한 전략적 선거운도”,“공천 받기 위한 꼼수”,“국민을 선동한다”며 막말과 함께 필리버스터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행태도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미운 놈이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는 말이 있지요. 이번 필리버스터를 보며 가장 가슴이 먹먹했던 점을 찾으라면 여당 의원들의 막말과 토론 방해 보다 과거 같은 당에서 한 솥 밥을 먹었던 국민의 당의 비겁한 양비론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최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제3당을 만들어낸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야당의원들의 릴레이 무제한 토론을 겨냥해 ‘안보에 대한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회가 어떤 문제해결 능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자신이 공동으로 창당한 새정치민주연합(現 더불어민주당)을 ‘패권주의’,‘낡은 운동권 세력’,‘묵은 정치’로 규정짓고 김한길, 문병호 등 자신의 뜻에 맞는 인사들과 함께 문을 박차고 뛰쳐나온 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자신의 친정집 흠집 내기를 쉬지 않고 있습니다.

안 대표는 더 나아가 필리버스터가 아닌 여야 합의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면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위해 국민의 당이 적극 중재에 나서겠다고 쐐기를 박아 대안 없이 간만 보는 정당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구에서 선거 활동에 나서야 할 야당 의원들이 이를 제켜두고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선 그 기간 동안 정작 안철수 대표는 상중(喪中)인 손학규 전 의원 영입을 위해 발품을 팔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의 행실에 따라 고과(考課)도 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과거 낡은 정치의 폐단을 없애고 순수성을 강조했던 안철수 의원의 지지도가 60%에 달했던 지난 2012년과 비교할 때 최근 안 의원과 국민의 당 지지율이 8%에 머물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오점 투성이 인사들을 영입해 놓고 이들과 더불어 자신의 친정을 향해 칼을 들이 댄 국민의 당, 낡은 정치며 패권주의라 외치며 뛰쳐나온 안철수 의원이 만든 둥지는 보수와 묵은 정치의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정작?안철수 대표와 국민의 당만 모르고 있나 봅니다. 아니 어쩌면?안 대표 개인의 실추된 이미지와 국민의 당의 추락한 지지율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애써 귀를 막고 듣지 않으려는 ‘엄이도종(掩耳盜鐘)’의 형국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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