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 “???人民?多少??”(쩌거즈런민삐뚜오샤오치엔?·이거 위안화로 하면 얼마죠?)


한 중국인 관광객이 대뜸 안경테 하나를 들고 중국어로 위안화의 가격을 묻는다. 직원은 이런 일은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곧잘 알아듣고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해당 제품의 위안화 환산 가격을 중국인에게 보여준다.


위안화 가격을 보고 한참을 생각하던 이 중국인이 다시 한화로는 얼마냐고 묻는다. 직원이 안경테에 달린 가격표를 보여주며 43000원이라고 말하자 이 중국인은 5만원권 지폐 한 장을 꺼내더니 이걸로 충분하냐고 직원에게 또 묻는다. 직원이 가능하다고 대답하자마자 카운터로 곧장 향하더니 해당 물건을 계산하고 나온다.


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가장 많은 곳은 단연코 서울 ‘명동’이다. 최근 두타를 포함한 동대문 일대에도 요우커들이 붐비고 있지만 ‘서울 속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명동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명동의 자리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또 다른 요우커 핫 플레이스가 있다. 바로 제2롯데월드가 위치한 ‘잠실’이다.


지난 16일 토요일 오후에 찾은 롯데월드몰은 시네마와 아쿠아리움 재개장 효과를 아직까지 누리는 듯했다. 여기저기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방문객들의 수는 어림잡아 재개장 오픈 첫날 때와 비슷해보였다.


내국인들도 많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도 꽤 눈에 띄었다. 특히 명동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이 가끔 연출되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요우커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과 깃발을 들고 그 무리를 이끄는 가이드, 중국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중국어로 직원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는 모습 등은 명동의 풍경과 흡사했다.


롯데월드몰 지하1층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방금도 중국인이 와서 중국어로 대뜸 위안화 가격을 묻더니 물건을 몇 개 사갔다”며 “지난해 롯데월드몰 오픈 당시보다 최근 중국인들이 에비뉴엘과 면세점뿐만 아니라 이쪽 쇼핑몰동에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의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이제 명동과 동대문 등과 같이 하나의 관광지라고 생각하고 꼭 방문한다”며 “명동은 이제 그냥 중국이고 이곳에도 중국인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제2의 명동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근 명동에서 쇼핑하는 것에 질린 중국인들이 잠실로 넘어오고 있는 듯한 조짐이 보인다.


10여년이 넘게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근무했다는 최미영(가명)씨는 명동이 몇 년 전 중국인들이 붐비기 시작했을 때와 다르게 지금은 한 물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명동에도 중국인들이 많긴 하지만 롯데월드몰이 오픈하고 나서 쇼핑을 목적으로 잠실 쪽으로 많이 몰려오는 것 같다” 며 “롯데월드몰도 쇼핑몰동은 아직까지 내국인들이 많고 중국인들이 적긴 하지만 애비뉴엘, 면세점 쪽에는 특정 시간이 되면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근무했을 때도 중국인 관광객 무리를 많이 목격했다”면서 “특히 중년 여성층이 단체로 몰려와 주방기기를 구경하더니 큰 냄비종류를 구매하고 가는 것을 몇 번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화장품과 의류만 구매하는 줄 알았는데 휴대하기도 버거운 무거운 냄비를 구매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며 “관광객 무리의 한 명이 이 제품 좋다며 한번 사보자라고 하면 나머지 관광객들이 우르르 따라서 사는 풍경을 몇 번 봤다”고 덧붙였다.


쇼핑몰동을 지나 에비뉴엘로 올라가봤다. 명품들이 모여 있는 에비뉴엘이다보니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면세점층으로 올라가자 예상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어는 실종되고 여기저기서 중국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명동 롯데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아모레퍼시픽 계열과 LG생활건강 계열 화장품 매대 위주로 중국인들이 몰려 있었다.


특히 설화수 매대 앞에는 중국인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장사진처럼 늘어져 있었다. 직원들은 이미 비어버린 박스를 치우고, 떨어진 물량을 보충하기 위해 화장품 박스를 들고 연신 왔다갔다 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화장품 매대 직원은 “아직까지도 중국인들에게 달팽이크림(85달러)을 포함한 달팽이제품이 잘 나간다”며 “출시된지 얼마안된 캐비어크림(115달러)을 권유해도 비싸다는 이유로 중국인들은 많이 구매하지 않고 가끔 일본인들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명동점의 중국인 매출 신장율은 2012년 25%, 2013년 15%, 지난해는 35% 증가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매출 신장율은 지난해 10월 오픈했을 때와 올해 4월을 비교했을 때 일평균 매출이 50% 증가했다.


기자는 롯데 월드몰을 벗어나 근처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잠실점으로 가봤다. 주말이다 보니 명동본점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내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주방기기 매장 점원은 “오늘은 주말이라 중국인들이 많이 없다”며 “중국인들은 주말보다 확실히 평일에 많이 붐비기 때문에 평일에 오면 중국인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풍경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잠실점은 명동본점과 비교해 원래 매출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중국인 매출 추이 변동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인들은 주로 여행사 단위로 많이 오기 때문에 중국인 백화점 매출은 명동 본점제외하고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의 최근 3년간 중국인 매출 신장율은 2012년 152%에서 2013년 136%, 지난해 70%, 그리고 올해 2월까지 누계기준이 61%를 기록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로드샵의 전체적인 매출이 예전과 비교했을 때 약간 하향세를 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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