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글로벌 ‘빅 파마’ 대신 독자적 성장 선택한 소액주주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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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통합 재추진 계획은 없으며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습니다.” (28일 OCI그룹)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OCI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됐다. 양사의 통합 무산의 결정타는 소액주주들이 이끌어냈다.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한미그룹 경영권을 놓고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의결권 주주 대상 투표를 진행한 결과 한미사이언스 후보 6명은 모두 선임에 실패한 반면 임종윤·임종훈 형제 이사진이 전원 선임됐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OCI그룹과의 통합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이사회 측이 추천한 이사진들은 모두 결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반면 주주제안의 후보 임종윤 사내이사와 임종훈 사내이사 등 형제측 이사진의 선임의 건은 모두 결의 요청을 충족해 선임됐다.

한미그룹은 최근 경영권 분쟁을 지속해왔다.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의 통합 계획을 발표한 후 장·차남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한미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맞섰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한미가 향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OCI와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며 통합 이후 한미를 글로벌 '빅 파마'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이들 모녀의 우호지분은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국민연금공단까지 42.66%, 임종윤·종훈 형제 측 우호지분은 신동국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40.57%였다. 결국 2.09%p 격차를 보이는 만큼 결국 소액주주들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이날 통합 반대의 칼날이 됐다.

경영권 분쟁에서 사면초가에 몰렸던 임종윤·임종훈 형제들의 소액주주의 지원 덕에 기사회생하며 이사회를 장악하는 순간이다.

형제들은 그동안 이종 간 결합 없이 자체적으로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한미를 시가총액 200조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한미와 OCI 통합 모델보다 한미의 성장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독자적인 성장을 소액주주들이 기대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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