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MIT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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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부작용 우려가 있는 고가의 비만치료제를 대체할 알약 크기의 진동 캡슐이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위 속에서 진동하는 캡슐로 포만감을 자극함으로써 식사 섭취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 Adv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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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면 '기계적 수용기'(mechanoreceptor)로 불리는 특수한 세포에 의해 위가 팽창했다는 신호가 뇌로 보내진다. 신호를 받은 뇌는 인슐린을 비롯한 다양한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이 호르몬들이 연계해 포만감을 만들어 그만 먹어야 한다는 지시를 한다.

MIT 기계공학 박사후 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하버드대 의대 소화기내과 소속 슈리야 스리니바산 교수와 조반니 트라베르소 MI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기계적 수용기에 인공적인 진동을 주면 팽창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전 연구에서 상완이두근에 진동을 주면 팔꿈치 근육이 실제보다 더 늘어나는 느낌(착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아래가 연구팀이 실험용으로 개발한 '섭취 가능한 진동식 생체전자자극장치'(Vibrating Ingestible Bio Electronic Stimulator, 이하 VIBES)다. 크기는 일반적인 멀티비타민 캡슐과 동일하고 소형 산화은 배터리와 진동용 모터를 내장하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MIT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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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BES는 위산에서 녹는 젤라틴으로 코팅되어 있다. 삼키고 4분 전후면 외층이 용해되면서 스프링 장치가 작동해 모터가 진동을 시작하는 구조다. 그 후 VIBES는 약 30분간 진동하다가 최종 배출된다. 

연구팀이 VIBES 약품 내성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위 속에 꼬박 하루, 장 속에 일주일 이상 머물러도 소화기관의 손상 없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다음으로 연구팀은 위 구조가 사람과 유사한 돼지를 대상으로 알약 형태의 VIBES를 투여하고 총 108회분의 먹이를 추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먹이를 주기 20분 전 VIBES를 투여한 돼지는 그렇지 않은 돼지에 비해 먹이 섭취량이 40% 감소하고 체중 증가도 완만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MIT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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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장치 작동 전후의 혈액 샘플을 비교했더니 VIBES를 투여한 돼지는 공복감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의 수치도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중인 돼지는 불쾌감이나 질병 징후가 없는 건강한 상태였으며 설사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실험 후 내시경 검사에서도 돼지 위장에 상처·염증·천공·폐색 등은 관찰되지 않았다.

MIT 연구팀은 VIBES가 고가의 체중감량 주사나 안전상의 우려가 있는 위 우회술 등을 대체할 새로운 비만 치료 접근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염두에 둔 VIBES 양산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 최대 저자인 스리니바산 박사는 "일부 효과적인 비만 치료법은 상당히 비싸지만, VIBES는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제조가 가능하다. VIBES가 비용 문제로 현재의 체중감량 및 식욕조절 치료법을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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