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마테라피, 노인 기억력 2배 높여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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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냄새'는 인간의 기억이나 감정과 강하게 연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후각 상실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징후일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UCI) 학습 및 기억 신경생물학 센터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서 매일 밤 다양한 향에 노출된 노인들은 인지 능력이 대폭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rontiers in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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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진 다양한 감각 중에서도 시각이나 청각 등과 비교하면 후각은 일상생활 속에서 의식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지기능 저하에 앞서 후각이 떨어지기 쉽다는 사실이나 돌발성 후각 상실이 뇌 회백질 감소와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 등은 후각과 신경 기능이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UCI 신경행동학자인 마이클 야사(Michael A. Yassa) 교수는 "후각은 뇌 기억회로에 직접 연결되는 특권이 있다. 후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은 먼저 시상을 거쳐야 한다"며 후각이 다른 감각보다 기억과 강하게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매일 다른 향에 충분히 노출되는 것이 인지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억장애가 없는 60~85세 노인 4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6개월 동안 실험을 진행했다.

참여자에게는 에센셜 오일 향을 방으로 확산시키는 디퓨저와 로즈·오렌지·유칼립투스·레몬· 페퍼민트·로즈마리·라벤더 등 7종의 아로마향 카트리지를 제공했다. 

그리고 20명의 실험군은 고농도 향기, 23명의 대조군은 극미량의 향기에 노출되는 아로마 테라피 요법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연구가 진행된 6개월간 총 7가지의 향기 가운데 로테이션으로 선택한 카트리지를 매일 밤 자기 전 디퓨저에 세팅하고 취침 중 약 2시간 정도 침실을 아로마향으로 채웠다.

6개월 실험 기간 전후로 실험 참여자들은 기억력을 측정하는 단어 목록 등을 이용한 언어 학습 인지 테스트를 받았다. 그 결과 고농도 카트리지를 전달받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과 비교해 인지 능력(기억력)이 2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rontiers in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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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fMRI 뇌 스캔 결과, 고농도 향기에 '좌측 갈고리다발'(uncinate fasciculus)로 불리는 뇌 경로의 건강 상태가 고농도 향기에 노출된 그룹이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로는 기억에 관여하는 내측 측두엽(medial temporal lobe)과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을 연결하며 보통 나이가 들면서 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 외에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숙면을 잘 취하는 효과를 보였다.  

야사 박사는 "향기가 아주 오래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강한 힘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시력 변화에는 안경, 청각 장애에는 보청기로 대처하고 있지만, 후각 상실에는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실험은 간단한 후각 활성화 노력으로 뇌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를 통해 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향기에 노출되면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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