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 부인 상상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스페인 세비야대
상아 부인 상상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스페인 세비야대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의 청동기 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유골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의 것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tific Re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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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세비야대 고고학과의 레오나르도 가르시아 산후안(Leonardo García Sanjuán) 교수와 마르타 신타스-폐냐(Marta Cintas-Peña) 교수 연구팀은 "2008년 스페인 남서부 발렌시나의 한 무덤에서 발굴된 유골은 치아 단백질 분석 결과 여성으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골은 그동안 불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골반 분석을 통해 높은 지위를 가진 남성일 것으로 추정됐으며, 귀중품인 상아와 함께 매장돼 '상아 남자'(The Ivory Man)로 불렸다. 

부근 유적에서는 부장품으로 상아를 비롯해 ▲수정 단검 ▲타조알 껍데기 ▲호박(湖泊) ▲부싯돌 등 호화로운 물건들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상아 부인 무덤 주변에서 발굴된 부장품ⓒ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스페인 세비야대
상아 부인 무덤 주변에서 발굴된 부장품ⓒ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스페인 세비야대

연구팀은 치아 법랑질에 포함된 단백질 구성 펩타이드인 아멜로제닌을 화학적으로 분석했다. 아멜로제닌은 성별에 따라 분자 구조가 다르다. 

분석 결과, 유골 치아에서 X염색체에 있는 여성형 아멜로제닌 생성 유전자 'AMELX'가 검출됐다. Y염색체의 남성형 아멜로제닌 유전자 AMELY'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매장된 인물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며 '상아 부인'(The Ivory Lady)라고 이름붙였다. 

연구팀은 무덤 주인공이 '이베리아 전역에서 가장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최고 권력자'였다고 추정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이베리아 반도 일대 유적에서 상아 부인과 동등하거나 가까운 지위에 있던 남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신타스-페냐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초기 사회의 복잡성이 시작된 시점에 여성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그간의 해석과 전통적 견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아 부인 유골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스페인 세비야대
상아 부인 유골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스페인 세비야대

또 상아 부인의 무덤 부근(100m 떨어진 곳)에서 2~3세기 후 만들어진 호화로운 청동기 분묘가 발견됐다. 무덤에서 발굴된 20명 중 최소 15명은 20대~30대 여성 유골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여성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었으며 확인된 높은 수은 수치 등을 고려할 때 권력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동기 시대 이베리아 사회에서 여성은 지도자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해당 지역에서 발견된 유아 무덤에는 부장품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의 사회적 지위가 혈연 계승 방식이 아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가르시아 산후안 교수는 "상아 부인은 왕이나 여왕이 나타나기 전에 존재했던 지도자로 추정된다. 최고 권력자의 지위는 스스로의 공적·능력·인품으로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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