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 폭발 '생후 1일', 대칭 충격파 첫 확인

2025-11-19     김정은 기자
초신성 2024ggi 폭발 초기 구조를 시각화한 이미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SO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거대한 별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 그 폭발이 어떤 형태로 터져 나오는지는 천문학의 오래된 질문이었다. 최근 지구에서 약 7,700만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관측된 초신성 '2024ggi'가 그 답을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줬다. 발견 후 약 26시간 만에 폭발 초기 빛이 포착되면서, 충격파가 좌우 대칭 구조로 퍼져 나갔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유럽남반구천문대(ESO)는 공식 발표를 통해 핵심 관측 내용을 전하며, 이번 발견을 '초신성 폭발 직후 구조를 직접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첫 단서'라고 평가했다.

연구 성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 Advances

◆ 폭발 직후 26시간, '첫 빛'이 드러낸 구조

초신성 2024ggi는 2024년 4월 10일 발견됐고, 약 26시간 만에 이례적으로 빠른 편광 관측이 이뤄졌다. 편광은 빛의 진동 방향을 통해 물질의 분포와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폭발 직후 형태를 해석하는 데 핵심적인 지표다.

관측 결과, 폭발 충격파가 별 표면을 뚫고 나오며 첫 빛을 내는 순간인 '쇼크 브레이크아웃(shock breakout)' 단계에서 뚜렷한 편광 신호가 확인됐다. 이는 충격파가 좌우 대칭(axisymmetric) 구조를 이루며 밖으로 퍼져 나갔다는 의미다.

구조는 완전한 구(球)가 아니라 약간 늘어난 타원형으로 나타났다. 즉, 폭발이 처음부터 특정 방향으로 더 강하게 분출됐고, 내부의 회전·대류·자기장 불균일 등이 이러한 '폭발 축'을 형성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편광 신호가 빠르게 약해진 점도 중요하다. 충격파가 별 외곽의 가스와 먼지에 부딪히며 형태가 빠르게 평탄화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기 폭발의 축은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내부에서 형성된 방향성이 외부 환경과 충돌하면서도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결국 이번 관측은 초신성 폭발이 결코 균일하게 퍼지는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거대 항성 내부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복잡한 물리 현상이 붕괴 순간 결합하며 폭발 형태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 "초신성 폭발 초기의 물리학, 직접 확인 가능한 시대"

초신성 폭발 직후의 구조를 편광 데이터로 즉각 포착한 사례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폭발 후 수일이 지난 뒤 확장된 잔해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초기 단계의 물리 과정은 간접적으로만 추정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SO

연구팀은 "이번 관측은 초신성 폭발 직후 대칭성과 비대칭성을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관문"이라며 "유사 사례가 축적되면 거대 별의 최후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훨씬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사례만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초신성 2024ggi의 관측은 자동화된 탐지, 신속한 후속 관측, 즉각적인 대형 망원경 투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발견 26시간 만에 폭발의 '첫 빛(first light)'이 포착된 이번 사례는 향후 초신성 연구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