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서 직경 900m '진린 크레이터' 확인…완신세 최대 충돌 흔적

2025-11-18     김정은 기자
진린 크레이터 항공 사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Matter and Radiation at Extremes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중국 광둥성 조경시 인근에서 직경 약 900m의 대형 충돌크레이터가 확인됐다. 지름 820~900m, 깊이 약 90m로 추정되는 이 구조는 '진린 크레이터(Jinlin Crater)'로 명명됐으며, 약 1만 1천700년 전 이후인 완신세(Holocene)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 결과는 미국물리학회(AIP) 산하 국제학술지 'Matter and Radiation at Extreme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현재까지 보고된 완신세 충돌구 중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 충돌의 흔적이 남긴 기록…석영의 미세 구조가 입증

진린 크레이터의 기원을 뒷받침한 핵심 단서는 석영 내부에서 발견된 '평면변형구조(planar deformation features, PDFs)'다. PDFs는 소행성 충돌과 같은 초고압·초고속 환경에서만 생성되는 미세 흔적으로, 일반적인 지각 변동이나 화산 활동으로는 형성되지 않는다.

진린 크레이터의 분화구 경계  항공 촬영 이미지에 표시된 크레이터 경계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Matter and Radiation at Extremes

연구를 이끈 왕보(Bo Wang) 박사는 "PDFs는 충돌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이고 명확한 지질학적 서명"이라며 "이번 구조는 충돌 순간의 압력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열대 기후로 인해 강우와 침식이 빠른 지역임에도 크레이터의 윤곽이 뚜렷하게 보존돼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보존 상태를 '예외적'이라고 평가하며, 지질 조건에 따라 충돌 흔적의 생존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진린 크레이터는 기존 완신세 충돌구 중 최대였던 러시아의 지름 300m '마차(Macha) 크레이터'보다 훨씬 커, 최근 지질시대 충돌 규모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사례로 주목된다.

◆ 크레이터 내부의 지질 단면…충격 파쇄가 만든 혼재 구조

진린 크레이터 주변에서는 충돌 직후 암석이 파쇄되고 뒤섞여 재퇴적된 흔적이 여러 단면에서 관찰된다.

아래 사진은 분화구 가장자리에 위치한 경사면 단면이다. 적색으로 변한 풍화 화강암과 크기가 다른 화강암 파편들이 뒤섞여 층을 이루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는 강력한 충돌 에너지로 암석이 산산이 부서진 뒤, 이후의 풍화·침식 작용과 함께 다시 쌓인 구조로 해석된다.

크레이터 가장자리 단면의 파쇄 구조.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Matter and Radiation at Extremes

이어지는 사진은 크레이터 바닥에서 촬영된 지질 단면으로, 풍화된 화강암과 다양한 크기의 파편이 무작위로 혼재된 특징적인 충돌퇴적 구조를 보여준다. 규칙적인 지층이 아니라 파편들이 뒤엉킨 형태는 일반적인 침식이나 하천 작용으로는 나타나기 어렵다.

크레이터 바닥 단면의 파편 혼재층.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Matter and Radiation at Extremes 

연구팀은 이를 '충돌 당시 발생한 고에너지 파쇄 작용의 직접적 결과'라고 설명하며, 크레이터의 기원을 지질학적으로 확증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 남은 수수께끼…형성 시기·충돌체 성분 분석 필요

현재 분석은 진린 크레이터의 형성 시기를 '초기~중기 완신세'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보존 상태와 침식 속도에 기반한 예비 판단으로, 보다 정밀한 연대 측정을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이 필요하다. 충돌체의 구성(철질·석질)과 충돌 각도·속도 역시 향후 규명해야 할 핵심 과제다.

연구팀은 "진린 크레이터는 연구의 출발점"이라며 "앞으로 시추 조사와 지구물리 탐사를 통해 중심 구조와 충격 변성암 분포를 더 정확히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완신세는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후와 겹치는 매우 최근의 지질시대다. 이번 발견은 그 시기에 실제로 큰 규모의 소행성 충돌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침식이 빠른 지역에서도 충돌 흔적이 남을 수 있음이 확인되면서, 지구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충돌구가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탐사와 분석이 이어지면 숨겨진 충돌 기록도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