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은 사라지지 않았다 '흡수된 인류' 새 가설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네안데르탈인이 4만 년 전 완전히 사라졌다는 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이 한순간에 멸종한 집단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와의 반복적인 접촉과 혼혈을 거치며 수만 년에 걸쳐 서서히 다른 인류에 흡수된 존재였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 멸종 아닌 '희석'…유전적 흡수 모델의 등장
그동안 네안데르탈인의 쇠퇴 이유로는 기후 변화와 자원 경쟁 등이 주로 언급돼 왔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보다 조용하면서도 지속적인 흐름에 주목했다. 네안데르탈인이 소규모 부락 형태로 흩어져 살던 시기에, 더 많은 인구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가 여러 차례 이 지역에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동이 장기간 반복되면서 네안데르탈인 고유의 유전자는 점차 희석됐다. 연구팀은 "특별한 충돌이나 재난이 없어도 반복 유입만으로 한 집단의 유전적 특징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델은 오늘날 유라시아인의 1~4%가 지닌 네안데르탈인 유전 비율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인류가 여러 차례 아프리카 밖으로 이동했다는 고고학적 기록과도 조화되는 설명이다.
◆ 우리의 기원에 남은 흔적들
이번 연구는 인류 집단 간의 접촉과 혼혈이 생각보다 장기간 이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쟁이나 급격한 변화로만 설명하기보다는, 인구 규모의 차이와 이동이 누적되면서 특정 집단의 모습이 천천히 바뀌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다미르 마라사비치(Damir Marasović)는 "네안데르탈인의 쇠퇴는 단일 사건보다 여러 흐름이 겹쳐진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흔적은 오늘날에도 일부 생리적 특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 반응이나 질병 감수성 등에서 그 영향이 관찰된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모델이 모든 지역 상황을 동일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지역별 환경과 집단 규모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다만 네안데르탈인의 사라짐을 경쟁이나 충돌 중심의 결과로 단정하기보다, 인류 이동과 교류가 누적된 긴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