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 1호, 2026년 11월 '지구에서 1광일' 첫 돌파

빛이 하루 가는 거리…47년 항해가 만든 새로운 기준

2025-11-13     김정은 기자
보이저 1호 탐사선의 구조를 보여주는 NASA 공개 이미지. 중심부의 대형 접시형 안테나는 지구와의 교신을 담당하며, 측면에는 각종 과학 장비와 전력 공급 장치가 장착돼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1977년 NASA가 발사한 보이저 1호(Voyager 1)가 2026년 11월 13일, 인류가 만든 물체로는 처음으로 지구에서 '정확히 1광일' 떨어진 지점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는 빛이 24시간 동안 이동하는 거리인 약 259억 km에 해당하며, 반세기에 가까운 항해 끝에 도달하는 새로운 이정표다.

보이저 1호는 목성과 토성 관측 임무를 마친 뒤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공간으로 진입한 인류 최초의 탐사선이다. 2025년 11월 기준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약 169.5AU(천문단위) 떨어진 곳에서 비행 중이며, 지구에서 보낸 신호가 탐사선에 도달하는 데 약 23시간 30분이 걸린다. NASA의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이 통신 지연이 24시간, 즉 1광일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6년 11월 13일(UTC 기준)이다.

지구 공전에 따라 탐사선과의 거리는 일시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해당 날짜 이후로는 다시 24광시 안쪽으로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류가 만든 탐사선이 영구적으로 '빛 하루 이상 떨어진 거리'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 빛은 24시간, 보이저는 47년…우주의 거리 감각을 보여주는 기준

보이저 1호의 속도는 시속 약 6만 1천 km로, 현재 운용 중인 탐사선 가운데서도 빠른 축에 속하지만, 빛과 비교하면 4천 배 이상 느린 수준이다. 이러한 속도 차이는 우주에서 거리 단위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예를 들어, 지구와 태양 사이 평균 거리인 1AU는 우주선으로 이동할 경우 약 155일이 걸리지만 빛은 약 8분 20초 만에 통과한다. 행성 간·항성 간 거리가 훨씬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천문학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졌는가'를 판단할 때 km보다 광시(光時), 광일(光日), 광년(光年) 단위가 더 유용하다.

보이저 1호가 1광일 지점에 도달한다는 것은 지구와 탐사선 사이의 신호 왕복 시간이 거의 48시간에 달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단계에서는 실시간 명령 전송이나 긴급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탐사선 운용 방식은 '명령 입력 → 하루 이상 후 위치 확인' 형태로 바뀐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작동 범위가 점차 줄어듦을 의미하며, 성간 공간에서의 절대적 거리 스케일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 오르트 성운과 별 접근…보이저 1호의 향후 수십만 년

보이저 1호는 2030년대 초반까지 전력을 유지하며 NASA의 기본 지령을 받지만, 이후에는 관성 비행만 지속하게 된다. 전력은 소진되더라도 궤도는 유지되며, 성간 공간에서의 긴 항해는 계속된다.

향후 예상 경로는 다음과 같다.

  • 약 300년 뒤: 오르트 성운(inner Oort Cloud) 내부 경계 진입

  • 약 3만 년 뒤: 오르트 성운 완전 통과

  • 약 4만~4만 4천 년 뒤: 글리제 445(Gliese 445) 최소 접근

  • 약 30만 3천 년 뒤: TYC 3135-52-1 접근

보이저 탐사선에 탑재된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 왼쪽은 재생 방법과 위치 정보를 새긴 표면, 오른쪽은 지구의 소리와 음악을 담은 음반 뒷면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오르트 성운은 태양계를 둘러싼 광대한 구형 천체군으로, 장주기 혜성의 공급원으로 알려져 있다. 최솟값 기준 태양에서 약 1000AU 정도 떨어진 지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폭이 워낙 넓어 완전히 빠져나오는 데만 수만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탐사선의 기능은 전력 고갈과 함께 언젠가 중단되지만, 골든 레코드는 장기간 우주 공간을 비행하며 그대로 보존될 전망이다. 보이저 1호의 1광일 도달은 탐사선이 성간 공간에서 어떤 궤도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