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기 심장 건강 나쁘면 노년기 인지증 위험 커진다

미세한 심장 손상, 수십 년 뒤 뇌 노화로 이어져

2025-11-12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중년기에 심장 건강이 나쁘면 노년기에 인지 기능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University College London(UCL) 연구팀은 25년 동안 6천 명 가까운 사람을 추적 조사한 결과, 심장 근육의 미세한 손상이 장기적으로 뇌 노화와 인지증(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uropean Heart Journal

◆ 중년의 '작은 손상'이 수십 년 뒤 인지 기능에 영향

연구팀은 1997~1999년 사이 45세에서 69세 사이의 성인 5,985명을 대상으로, 혈액 속에 존재하는 '심근트로포닌 I(cardiac troponin I)'이라는 단백질 농도를 측정했다. 이 물질은 심장 근육이 손상될 때 혈액으로 조금씩 흘러나오는 생체지표로, 증상이 없는 단계에서도 미세한 심장 손상을 파악할 수 있다.

이후 연구팀은 평균 25년에 걸쳐 참가자들의 인지 기능과 인지증 발병 여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중년기에 트로포닌 수치가 높았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증에 걸릴 확률이 30% 이상 높았다.

또 뇌 MRI 검사를 받은 일부 참가자에서는 트로포닌 수치가 높을수록 뇌의 회백질 부피가 줄고,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가 위축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평균보다 약 3년가량 앞당겨진 노화 패턴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 심장과 뇌는 하나의 순환계

연구팀은 중년기의 심장 손상이 혈관 기능 저하나 미세한 혈류 감소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뇌세포 손상과 인지 기능 저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심장과 뇌가 같은 순환계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작은 이상이 오랜 시간 누적되면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고혈압·고콜레스테롤·운동 부족 등이 인지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수준의 미세한 심근 손상'까지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UCL 연구팀은 "트로포닌 수치는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뇌 건강을 예측하는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다"며 "중년기부터 혈압·체중·콜레스테롤 관리, 꾸준한 운동, 금연 등 기본적인 심장 관리가 인지증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