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잠들지 않는다…삼중 영상으로 본 수면 중 뇌의 리듬

2025-11-05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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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잠이 드는 순간, 뇌는 단순히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복잡한 리듬을 조율하며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낸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 General Brigham) 연구팀은 EEG(뇌파), MRI(자기공명영상),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을 동시에 활용해, 깨어 있는 상태에서 NREM(비급속안구운동) 수면으로 전이되는 동안 뇌 속에서 벌어지는 정교한 변화를 포착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Communications

◆ 잠들어도 완전히 꺼지지 않는 뇌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23명을 대상으로 낮잠 실험을 진행하며, 뇌파·혈류·대사 활동을 동시에 기록했다.

세 가지 신호를 한 번에 추적하는 '삼중 영상(trimodal imaging)' 기술을 통해 뇌의 전기적, 혈관적, 대사적 변화를 같은 시간축 위에서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결과, 뇌가 각성 상태에서 수면으로 넘어갈 때 혈류의 변동 폭은 오히려 커지고, 포도당 대사는 점차 줄어드는 흥미로운 패턴이 관찰됐다.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면서도 내부 리듬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뇌파로 측정한 각성 수준과 정밀하게 일치했다.

수면 중 뇌의 혈류 변화와 포도당 대사 감소. 파란색은 혈류의 진폭이 커진 부위, 보라색은 포도당 대사가 감소한 부위를 나타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Communications

이는 뇌가 수면으로 전이될 때도 단일한 '정지 상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부위는 여전히 반응성이 높았고, 반대로 내적 사고·기억에 관련된 고차 영역은 활동이 잦아들었다.

즉, 뇌는 완전히 문을 닫지 않고 외부 자극에 반응할 최소한의 감각을 남긴 채 내부 회로를 재정비하는 '부분적 각성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다.

◆ 뇌는 잠 속에서 스스로를 조율한다

이번 연구는 수면이 단순히 '정지 상태'가 아니라, 뇌가 스스로의 기능을 재정렬하는 '조율의 시간'임을 보여준다. 과열된 신경 회로를 안정시키고 불필요한 연결을 정리하는 과정이 바로 수면 중에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감각·운동 네트워크가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진화적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외부의 갑작스러운 자극, 예를 들어 알람소리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반응할 수 있도록 뇌는 경계 회로를 일부 남겨둔 채 쉰다. 

이러한 복합적 리듬의 조합은 향후 수면장애나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도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낮잠 수준의 짧은 NREM 수면에 국한된 실험으로, 더 깊은 NREM 단계나 REM 수면 단계에서의 뇌 변화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를 이끈 제이슨 E. 첸(Jason E. Chen) 박사는 "수면 중의 뇌는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와 활동을 정교하게 조율하며 깨어 있을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