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무리한 이민정책, 미국 민주주의를 흔들다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이 미국 사회의 균열을 다시 깊게 벌리고 있다. 그는 불법 이민자 단속을 명분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한 대도시에 주 방위군을 투입하며 연방정부의 권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치안 문제를 넘어,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와 권력 분립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시카고·포틀랜드 병력 투입…'내전' 비유 확산
최근 시카고 외곽의 예비군 훈련센터에는 텍사스 주 방위군 일부 병력이 도착했다. 연방정부는 이를 "연방 시설과 법 집행 요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시카고와 일리노이 주 정부는 "위헌적 병력 배치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브랜던 존슨(Brandon Johnson) 시카고 시장은 "지금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이민 단속과 치안 강화 임무를 주도하고 있는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놈(Kristi Noem)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카고 상황을 "전쟁터와 다를 바 없다"고 표현하며 연방 조치의 필요성을 옹호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두고 내전 가능성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 방위군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며 "연방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리노이 주지사와 시카고 시장을 겨냥해 '구속해야 한다'는 강경한 어조를 사용했다. 이에 주지사와 시 당국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트럼프 측은 반란법(Insurrection Act) 적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다만 이 법은 역사적으로 국지적 폭동이나 내란에 한정해 사용돼 왔으며, 실제 발동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갈등은 시카고를 넘어 워싱턴DC, 오리건주 포틀랜드,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주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포틀랜드 쪽에서는 병력 투입 문제를 둘러싼 법원 공방이 이어지고 있으며, 연방법원의 일시 중단 명령도 나왔지만 항소심 판단이 남아 있다.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가 법과 권력을 자기 손에 쥐려 한다. 이는 명백히 비미국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 '평화 중재자' 자처하지만…미국 내 혼란 가중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는 자신을 분쟁 중재자로 내세우며 '평화 외교' 메시지를 강조한다. 폴리티코(Politico)는 트럼프 측이 가자지구 협상과 아시아 지역 일부 분쟁 중재 구상을 추진하면서 외교적 성과를 부각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트럼프가 오는 아세안 정상회의(10월 말)를 계기로 태국과 캄보디아 간 평화 서명식을 주최하길 원한다는 보도를 내놨다. 다만 이는 트럼프 측의 외교 구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협정 서명식 개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7개 전쟁이 내 중재로 종식됐다"고 주장하며 노벨평화상 수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정치적 불신과 사회적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 CNN은 "지금의 대립은 단순한 정당 경쟁이 아니라, '미국이 어떤 나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트럼프의 강경한 치안정책과 국제무대의 '평화' 이미지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대외적으로는 중재자를 자처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방자치와 법치의 경계를 시험하는 조치들이 이어지며 미국 민주주의의 균형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