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인간을 닮아가는 길’…최종현학술원, ‘SF, 로봇, 인간’ 강연

|데일리포스트=송협 대표기자| “DNA가 지시하는 대로 환경이 요구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주어진 대본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과 그것이 인간만의 자유만의 자유의지입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많은 영역을 대체하겠지만 자유의지라는 마지막 보물은 인간에게 남아있는 만큼 사회는 AI와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있습니다.” (김영재 LG전자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재단 컨퍼런스홀에서 ‘SF, 로봇, 인간’ 특별 강연을 열고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이 사회와 인간의 삶에 미칠 영향을 학문적·기술적 관점에서 논의했다.

첫 연사로 나선 김주형 미국 일리노이대(UIUC) 교수는 디즈니리서치,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연구소, 삼성전자 등에서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만화 캐릭터를 실제 로봇으로 구현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연구실의 대표 성과인 ‘파프라스(Papras)’와 ‘링봇(Ringbot)’을 공개하며 “만화와 영화 속 상상을 실험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로봇공학자의 도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로봇 지능 진화의 핵심 요인으로 데이터를 꼽으며, “공장용 로봇은 방대한 데이터를 쉽게 축적할 수 있지만 가정용 로봇은 보급이 더뎌 학습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생활로봇 확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숨결 같은 눈동자 떨림, 의미 없는 시선 이동이 인간다움을 만드는 요소”라며 인간과 로봇의 본질적 차이를 ‘비효율적 움직임’에서 찾았다.

김영재 LG전자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학위 취득 후 애플과 벨로다인 라이다를 거쳐 LG전자에서 차세대 로봇 플랫폼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인간 지능을 ‘탄소 지능’, 인공지능을 ‘실리콘 지능’으로 구분하며, 물리적 세계에서 인간처럼 움직이는 ‘피지컬 AI’의 현 수준을 “10단계 중 2단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충분한 데이터와 연구가 축적된다면 언젠가는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도 가능하다”고 전망하며, 로봇 대중화의 관건으로 가사 노동의 자동화를 제시했다. “청소 로봇처럼 설거지·빨래·정리 같은 반복적이고 기피되는 일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시장이 열린다”는 설명이다.

패널 토론에서는 로봇 기술 발전이 인간 본질을 되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김 연구위원은 “AI 판사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지만 인간 판사는 시대와 맥락 속에서 판단한다”며 로봇이 결코 갖지 못하는 ‘자유의지’를 인간만의 본질적 차별성으로 지목했다.

그는 또 로봇 발레리나 사례를 언급하며 “기계는 완벽한 동작을 구현해도 무대의 호흡과 감동을 전달하지 못한다”며, “AI를 연구할수록 인간 지능의 복잡성과 본질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